'백신→경기부양' 항공유 수출보고서는 알고있었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4.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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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관내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관내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백신 접종은 경기부양으로 이어질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질문이다. 막연한 기대감 뿐 명쾌한 답은 없었지만 대한석유협회 수출보고서에서 실마리가 보인다. 접종 속도가 빠른 미국에 대한 항공유 수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7일 석유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의 대 미국 항공유 수출량은 1월 123만3000배럴에서 2월 121만9000배럴로 다소 줄었다가 3월 331만5000배럴로 크게 늘었다.



1~3월을 합친 1분기 수출량은 576만8000배럴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1분기 897만배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64%선까지 회복된 양이다.

항공유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이며 민감한 경기 척도다. 경기와 여행수요가 곧바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 등 첨단 IT기기들이 항공을 통해 수출된다. 이들 제품의 수출물량이 늘어나면 항공유 수요도 늘어난다. 이전부터 항공유 수요 및 가격동향이 경기선행지표 격으로 인식되는건 이 때문이다.



3월 대 미 항공유 수출량 331만5000배럴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해 1월 253만3000배럴에 비해서도 크게 많은 양이다. 이제 3월 집계까지만 이뤄진 터라 아직 표본이 많은건 아니지만 일단 미국 항공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석유협회는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빠른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미국 내 공항 이용객은 올 1월 2360만명에서 2월 2445만명, 3월 380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항공여행 수요가 지난해 4월 325만명을 저점으로 코로나19 영향에서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시장의 항공유 수요 집중도는 국내 정유사들의 항공유 수출 비중에서도 잘 드러난다. 수출 비중을 보면 국내 정유4사의 전체 항공유 수출 물량 중 미국 비중은 1월 43%에서 2월 48%, 3월 83%로 대폭 늘었다.

미국 항공업계는 특정 국가에만 의지하지 않는 글로벌 항공유 수급망을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산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유사들에게도 유사한 주문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항공유의 상당수를 미국이 빨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받아 온 호주 등의 항공유 수출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역시 백신 접종 속도가 경기회복과 연동한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데이터다.

올 1분기 호주 향 항공유 수출은 2만4000배럴에 그쳤다. 코로나19 여파가 막 시작됐던 지난해 1분기 한국산 항공유를 196만7000배럴 수입한 것에 비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다만 항공유 수요를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의 유일한 척도로 보긴 어렵다. 이웃 일본의 경우 상대적으로 백신접종 속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한국산 항공유 1분기 수입량이 242만3000배럴로 지난해 1분기 368만8000배럴에 상당히 근접했다.

반면 백신접종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진 EU의 경우 항공유 수요는 거의 살아나지 않고 있다. 대부분 EU 수요로 추정되는 석유협회 보고서 '기타' 국가 향 항공유 수출은 37만4000배럴로 지난해 1분기 569만5000배럴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제조업과 금융업, 바이오가 결합된 글로벌 경제의 바로미터 격"이라며 "미국 시장 항공유 수요 증가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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