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그야말로 '제2의 벤처 붐'이라 할만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창업은 12만3305개사로 2배 늘고, 벤처투자 규모도 2019년 기준 연간 4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 속엔 착시가 있다는 주장.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ANGEL6+) 대표(전 LG화학 사장)는 최근 서울 양재동 양재주차빌딩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한국 창업생태계의 모습을 이 같이 평가했다.
엔젤식스플러스는 1년 6개월 전 유 대표를 비롯해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이우종 전 LG전자 사장, 박종석 전 LG이노텍 사장, 신문범 전 LG스포츠 사장(전 LG전자 인도·중국사업 총괄), 김종립 전 지투알 사장 등 LG그룹 CEO 출신 6명이 은퇴 후 공동창업한 회사다. 제조업 분야 창업 보육, 기업 컨설팅, 신사업 발굴·투자를 주로 한다.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40여 곳 이상의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고, 최근 제조업에 바로 적용 가능한 빅데이터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과 수소에너지 관련 핵심부품 회사 등 총 3곳에 소액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 직원이 500여 명 정도 되는 광주의 한 자동차 부품사에 4명의 직원을 파견, 일주일에 이틀씩 상주하며 컨설팅을 위한 문제 분석을 진행 중이다. 유 대표는 "전국 곳곳을 훑으며 DT(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와 같은 기술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제조업계 변신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지난 38년간 디스플레이, 2차 전지, 생명과학 분야를 맡은 LG화학기술연구원장(2005년), LG화학 사장(2014년), LG화학 CTO(최고기술책임자)겸 사장을 역임하며 38년간 회사의 R&D(연구·개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기존 창업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법이 남달랐다.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엔젤식스플러스는 2차 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액 개발업체, 고분자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회사, 전기차·바이오 기업 등 기술 컨설팅 적임자를 못 찾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찾아가 미래 사업 전략과 성공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유 대표는 "공동창업한 CEO들이 수십 년 간 해왔던 일"이라면서 "기존 액셀러레이터들과 다른 점은 사업의 본질과 디테일을 꿰뚫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그 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계가 큰 어려움에 직면한 데다 정부 차원의 '한국형 뉴딜'을 통해 지역 기업 살리기가 최고 현안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제조업이 더 탄탄하게 터를 잡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그는 "제조업이 비틀거리면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서 "우리의 먹거리를 새로운 것에서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 역량을 다시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데서 찾는 것이 더 수월한 길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