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만든 전 LG CEO들...제2벤처붐 달갑지 않은 이유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4.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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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머니]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대표(전 LG화학 사장) "테크 스타트업 가능성 발굴할 것"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사진=김휘선 기자


벤처캐피탈 만든 전 LG CEO들...제2벤처붐 달갑지 않은 이유
"창업은 산업 전반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제조업 분야는 다소 소원한 것 같다."

그야말로 '제2의 벤처 붐'이라 할만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창업은 12만3305개사로 2배 늘고, 벤처투자 규모도 2019년 기준 연간 4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 속엔 착시가 있다는 주장.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ANGEL6+) 대표(전 LG화학 사장)는 최근 서울 양재동 양재주차빌딩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한국 창업생태계의 모습을 이 같이 평가했다.



창업 시장 외연이 AI(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쿠팡·배달의 민족 등 소위 '빅 플레이어'들이 급성장하면서 비슷한 아류 서비스들도 앞다퉈 생겨났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이로 인한 양극화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는 게 유 대표의 진단이다.

엔젤식스플러스는 1년 6개월 전 유 대표를 비롯해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이우종 전 LG전자 사장, 박종석 전 LG이노텍 사장, 신문범 전 LG스포츠 사장(전 LG전자 인도·중국사업 총괄), 김종립 전 지투알 사장 등 LG그룹 CEO 출신 6명이 은퇴 후 공동창업한 회사다. 제조업 분야 창업 보육, 기업 컨설팅, 신사업 발굴·투자를 주로 한다.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40여 곳 이상의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고, 최근 제조업에 바로 적용 가능한 빅데이터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과 수소에너지 관련 핵심부품 회사 등 총 3곳에 소액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 직원이 500여 명 정도 되는 광주의 한 자동차 부품사에 4명의 직원을 파견, 일주일에 이틀씩 상주하며 컨설팅을 위한 문제 분석을 진행 중이다. 유 대표는 "전국 곳곳을 훑으며 DT(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와 같은 기술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제조업계 변신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지난 38년간 디스플레이, 2차 전지, 생명과학 분야를 맡은 LG화학기술연구원장(2005년), LG화학 사장(2014년), LG화학 CTO(최고기술책임자)겸 사장을 역임하며 38년간 회사의 R&D(연구·개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기존 창업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법이 남달랐다.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유 대표는 먼저 "파이낸셜 투자자는 많지만, 전략적 투자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기술적 백그라운드가 없는 액셀러레이터들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가 단기간 사업화와 빠른 투자를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집중하면서, 정작 산업 기반이 될 '테크 스타트업'들이 외면받는 풍조가 확산, 제조 기반 벤처·스타트업들이 자리를 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창업 아이템 대부분이 엑시트를 신속히 이뤄낼 서비스 플랫폼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양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엔젤식스플러스를 창업한 이유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보다는 투자 회수에 급급한 VC업계 관행을 바로잡아보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엔젤식스플러스는 2차 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액 개발업체, 고분자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회사, 전기차·바이오 기업 등 기술 컨설팅 적임자를 못 찾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찾아가 미래 사업 전략과 성공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유 대표는 "공동창업한 CEO들이 수십 년 간 해왔던 일"이라면서 "기존 액셀러레이터들과 다른 점은 사업의 본질과 디테일을 꿰뚫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그 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계가 큰 어려움에 직면한 데다 정부 차원의 '한국형 뉴딜'을 통해 지역 기업 살리기가 최고 현안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제조업이 더 탄탄하게 터를 잡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그는 "제조업이 비틀거리면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서 "우리의 먹거리를 새로운 것에서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 역량을 다시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데서 찾는 것이 더 수월한 길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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