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래 수출 최저에도..정유사들 웃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4.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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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 울산공장 전경S-OIL 울산공장 전경


1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지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정유업계 표정은 어둡지 않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밀어내기 수출이 줄어든데다 수출채산성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는 1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 (74,000원 ▼2,000 -2.63%))·현대오일뱅크) 수출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4% 줄어든 9094만배럴, 수출금액은 18.9% 감소한 61억43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9094만배럴은 지난 2011년 1분기 이후 10년 래 가장 적은 양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하자 국내 정유업계도 가동률을 조정해 대응했기 때문에 수출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 정제 가동률은 지난해 1분기 81.6%에서 올 1분기 72%로 크게 낮아졌다.

수출량은 크게 줄었지만 수출채산성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 가동률이 회복되면 수출량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과 수출량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석유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62.3달러, 제품 수출단가는 60.5달러였다. -1.8달러의 적자다. 반면 올 1분기엔 제품 수출단가가 67.64달러로 원유도입단가 58.1달러에 비해 배럴당 9.4달러 높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수요가 줄고 저장용량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밀어내기 수출을 했던 지난해에 비해 수출 체질이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석유수요가 급감했다. 정유사들로서는 수출할수록 손해였다. 그럼에도 계속 선적돼 들어오는 원유탓에 밀어내기 수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종합하면 올해 1분기 원유수출 급감은 일견 부정적 시그널로 보이지만, 이면의 상황을 감안할 때 정유사들이 주도적으로 수출물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유사들의 수익이 개선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 정유사들은 세계 5위 수준의 정제능력을 갖추고 있어 각기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며 "수요나 정제마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맞춤형 전략을 통해 수출시장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분기 한국산 석유 주요 수출국 순위는 중국(36.9%), 일본(14.4%), 호주(8.8%), 미국(8.6%), 싱가폴(6.9%) 순으로 집계됐다. 대 중국 수출제품의 69%가 경유였다. 정유업계가 다른 국가보다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먼저 벗어난 중국 수출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도 눈에 띈다. BP가 지난해 9월 호주 최대 정제설비 크위나나 설비 폐쇄를 발표했다. 올 2월엔 엑손모빌이 호주 알토나 정제설비 폐쇄를 결정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발빠르게 대 호주 수출을 늘리고 있다.

항공유 수요 확대 조짐도 눈길을 끈다. 여전히 전체 항공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적지만 미국 수출품목 중 항공유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백신 접종의 여파다. 항공유 전체 수출 물량 중 미국 비중은 1월 43%에서 2월 48%, 3월 83%로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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