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옥' 인도…탈출하는 부자들, 논란 된 총리관저 신축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이지윤 기자 2021.04.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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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리더십 시험대에…뉴델리 재건사업·힌두교 행사 방치 등 비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0일 인도 카와칼리에서 서벵골주 의회 선거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0일 인도 카와칼리에서 서벵골주 의회 선거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연일 35만명 안팎을 기록하며 '코로나 생지옥'이 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모디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2014년 집권 후 2019년 재선까지 견고하게 지지 기반을 넓혀왔지만, 이번 코로나 환자 폭증 사태가 향후 정치 행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수십억달러가 소요되는 모디 총리의 뉴델리 재건 사업이 코로나19와 경제악화로 비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축구장 50개에 달하는 면적을 포함하는 뉴델리 재건 사업은 기존 영국 식민통치 시기 지어진 94년 된 인도 국회의사당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하고, 새로운 국회의사당과 정부 청사를 짓는 프로젝트다. 모디 총리가 3선을 목표로 연방선거를 치르는 2024년을 앞두고 총리 관저를 새로 짓는 일도 포함된다.



뉴델리의 이번 재건 프로젝트는 인도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모디 총리가 이 프로젝트를 당장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만화가는 트위터에서 모디가 새 의회의 청사진을 발표하는 사진과 함께 일자리, 음식, 앰뷸런스 없는 인도인들을 묘사했다.

일각에서는 모디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일찍 방역 빗장을 풀었으며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최근까지 몇 달 동안 웨스트벵골주, 타밀나두주 등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주 의회 지원 유세를 펼쳤다. 유세장마다 대규모 '노마스크' 인파가 몰려들었고 이들은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밀집한 상태로 행사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 임시로 마련된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되고 있다. /AFP=뉴스1  2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 임시로 마련된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되고 있다. /AFP=뉴스1
지난 1월부터 열리고 있는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를 집중 단속하지 않은 것도 비난의 대상이다. 모디 정부가 이슬람교 집회는 집중 단속했지만, 힌두교 행사는 방관했기 때문이다. 힌두교 신자들은 쿰브 멜라 축제 기간 강물에 몸을 담그면 죄가 사라지고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쉬워진다고 믿기 때문에 이번 축제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입수 길일에는 하루 최대 수백만 명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모디 총리는 지난 23일 웨스트벵골주 유세를 취소하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민심을 달래고 방역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라디오 연설에서는 "인도가 감염의 폭풍에 흔들리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6일 연속 사상 최다치를 기록해오다 27일에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30만명이 넘는다. 코로나19 확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의료시설은 포화 상태고 의료용 산소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도이치벨레(DW)는 전문가를 인용, 인도의 일일 코로나19 통계가 축소됐다고 전했다. 가우탐 메논 아쇼카대 물리생물학 교수는 인도의 일일 사망자 수가 통계보다 10배가량 많은 2만명대 수준일 것이라고 본다. 그는 "공식적인 집계와 화장이나 매장 등의 기록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며 "실제론 5~10배 넘게 사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도는 '확진'이 아닌 '의심'인 경우 공식적인 집계에서 제외되고, 다수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19가 아닌 기저질환에 있다고 분류돼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의 최상위 부자들은 제트기를 이용해 인도를 빠져나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의 거물은 물론 수백만루피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탈(脫)인도를 위한 개인 제트기 예약을 하고 있다. 행선지는 유럽, 중동, 인도양의 휴양섬이다.

탈출 행렬엔 인도 영화계 인기 배우들이 포함된 게 포착됐다고 한다. 목적지는 몰디브 등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선 크리켓이 최대 인기 스포츠인데 프로 리그에 몸담고 있는 최소 3명의 호주 선수도 리그 참여를 중단했다. 개인 제트기 회사 클럽원에어의 라잔 메라 최고경영자(CEO)는 "슈퍼리치뿐만 아니라 개인제트기 비용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제트기를 타려 한다"고 전했다.

인도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조처를 내리는 국가가 느는 추세여서 인도 부자가 늦기 전에 엑소더스를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캐나다, 홍콩,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등 10여개 국가는 인도발 입국을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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