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첫 만남' 3주년…정부, 기념식 '생략'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1.04.2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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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민간단체 행사서 축사하는 까닭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서명식을 마치고 포옹을 하고 있다. 2018.4.27/뉴스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서명식을 마치고 포옹을 하고 있다. 2018.4.27/뉴스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정부가 27일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았지만, 이와 관련한 기념식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전 민간단체나 지방교육청의 통일 관련 행사들에 참석한다.

정부 당국이 4·27 3주년을 예년보다 조용히 보내는 배경으로 거론한 것은 코로나19(COVID-19) 사태다. 실제 작년 2주년 무렵과 비교하면 최근 일일 확진자는 70배(직전주 주간 기준) 폭증해 있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의 첫 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선언에 의해 설치됐던 100억원(개·보수 비용 기준) 짜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폭파된 상태다. 대신 정부는 4억원을 들여 최근 비대면 영상 회담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북한이 대화에 선뜻 나설지 미지수다.

코로나 확진자 70배로 늘어…정부 주관행사 안열기로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시 소재 남북출입사무소 통문 앞에서 열리는 '4·27 남북정상회담 3주년 기념행사'와 오후 강원도교육청 주관행사인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에 연달아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예정된 4·27 행사는 없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이 중요하고 규모 있는 대면 행사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민간차원에서 열리는 기념행사를 통해서도 의미를 기념하거나 평가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2020년 7월  31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보건의료 분야 관계자들과 남북 보건의료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한 면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인영 통일부 장관이2020년 7월 31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보건의료 분야 관계자들과 남북 보건의료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한 면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작년 2주년 때도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였지만 통일부와 국토교통부는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지금과 비교해 '70분의 1'에 불과했던 시점이다.

방역당국이 집계·발표하는 주간 확진자 통계상으론 지난 18일(일요일)부터 24일(토요일)까지 1주간 일평균 659.1명이 신규 확진됐다. 4· 27 직전주까지 5주연속 확진자가 증가한 것이다. 반면 '4· 27 직전주 정부 통계'라는 같은 기준을 대입하면 전년 같은 기간(4월19일~25일)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9.3명에 불과했다.


폭파 사태로 100억짜리 시설 날아가…남북 비대면 회담 시스템 구축에 다시 4억원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통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인 남북 '비대면 회담'을 위해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회담장에 영상회의실도 마련했다. 시설 개·보수에 약 100억원이 투입됐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지난해 6월 북한에 의해 파괴된 이후에도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우리 정부의 고민을 보여준다.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4·27 2주년에서 2개월 쯤 지난 무렵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시하며 벌인 사건이다. 2005년 개소했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건물을 개·보수해 사무소를 여는 데 97억8000만원이 들어갔던 시설이다.



이런 남북 관계 경색에 대한 인식은 장관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인영 장관은 전날 산림청 주최로 남북산림협력센터에서 열린 '탄소중립 평화의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해 '난관'과 '어려움'이란 표현을 썼다. "난관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며 한반도의 운명을 함께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판문점선언의 정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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