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2300억 구로공장 유동화 정리...성공한 슈완스 베팅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1.04.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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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쌍림동의 CJ제일제당 사옥 /사진제공=CJ제일제당서울 중구 쌍림동의 CJ제일제당 사옥 /사진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292,000원 ▼500 -0.17%)이 2019년 유동성 위기 당시 신탁회사에 맡겼던 서울 구로구 구로공장 부지를 15개월만에 되찾은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위기경영 선언 후 단기간에 확보한 것이어서 위기극복 성과가 조기에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밀가루 생산 핵심 구로공장 지켜..."매각계획 없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8일 교보자산신탁이 소유한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636-1 등에 대한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CJ제일제당이 SPC에 반환한 금액은 2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이 신탁사를 통해 특수목적회사(SPC)인 와이디피피에 2300억원 규모의 대출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이 구로공장 부지를 매각이 아닌 신탁으로 결정한 것은 이곳이 밀가루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생산시설이기 때문이다. 구로공장은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밀가루의 45%를 책임지고 있다. 2019년 유동성 위기 당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 바이오연구소 부지를 1조500억원에 매각하고 인재원 건물 1동을 530억원 매각하면서도 구로공장 부지는 '세일 앤 리스백'(자산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차용한 신탁 계약을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주력 생산시절인 구로공장만큼은 매각이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대체 부지나 물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후 매각도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슈완스가 미국 유통채널에서 운영중인 '아시안데스티네이선)Asian destination' 현장. /사진=CJ제일제당슈완스가 미국 유통채널에서 운영중인 '아시안데스티네이선)Asian destination' 현장. /사진=CJ제일제당
승자의 저주 벗어난 '슈완스 베팅'...실적으로 극복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재무부담이 커지자 그룹차원에서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인수전에서 승리했지만 지나친 비용으로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가 나왔다. 구로공장 신탁도 이런 과정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슈완스는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급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슈완스는 지난해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CJ제일제당의 해외 성장을 주도했다. 식품사업 매출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9조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4조1000억원이 해외매출이다. 해외매출 비중은 슈완스 인수 전인 2018년 14%에서 지난해 46%까지 끌어올렸다.


해외사업의 성장 덕분에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물류 자회사 CJ대한통운 실적을 제외하고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잉여현금은 5000억원 플러스가 됐고, 현금성자산도 1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크게 호전됐다. 결국 CJ그룹의 슈완스 인수 결정이 잘못된 판단이 아니었음을 실적으로 증명해 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CJ의 재무구조 악화가 슈완스 때문만은 아니지만 크게 영향을 받은것은 사실"이라며 "작년 재무구조 개선으로 실적이 슈완스 인수 이전으로 회복하면서 당시 과감한 베팅이 틀리지 않았음을 숫자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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