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는 이권다툼·시민단체는 비판만…산으로 가는 '중앙공원 1지구'

뉴스1 제공 2021.04.2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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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대로 꼬인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멍드는 공무원들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광주 서구 중앙공원 전경./뉴스1 © News1광주 서구 중앙공원 전경./뉴스1 © News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광주의 '허파'로 불리는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이권다툼에 혈안이 된 사업자와 관점 잃은 시민환경단체, 사업자의 주장에 휘둘리는 언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광주시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2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중앙공원 1지구는 지난해 6월 실시계획 인가고시 이후 10개월 넘게 겉돌고 있다.



◇ 광주의 허파 '중앙공원 1지구' 지키기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공원일몰제'를 앞두고 지자체가 공원 부지를 매입할 재원이 부족해 마련한 사업이다.

민간사업자가 공원을 매입해 30% 이내에서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제도다.


광주는 전국 최초로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해 '공원지키기'에 나섰다.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한 민관거버넌스는 개발 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광주 9개 공원 10개 지구 대상공원의 평균 공원면적비율은 90.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중앙공원 1지구는 비공원면적 비율이 7.8%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92% 가량의 공원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민관거버넌스협의체 구성은 초과이익 공공재투자와 함께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았다.

◇ '양날의 검' 민관거버넌스…시민환경단체의 '이중성'

하지만 '민관거버넌스'는 양날의 검이었다. 민관거버넌스에 참여한 시민 환경단체의 이중잣대가 문제였다.

환경단체는 광주에서 가장 큰 공원인 '중앙공원'의 공공성을 주장하며 광주도시공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도시공사가 중앙공원 1지구 우선협상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직접 시공이 어렵다고 하자 환경단체는 도시공사가 '땅 장사'를 한다며 문제 삼았다.

도시공사가 우선협상자 지위를 반납하고 2순위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한양컨소시엄)이 협상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도 금호산업에서 호반컨소시엄으로 바뀌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시민환경단체는 광주시가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특례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도시공사는 직접 시공을 할 수 없어 애초 자격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시민단체는 공공성을 주장하며 도시공사를 포함하도록 했다"며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자 시민단체는 광주시 탓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광주시 민간공원특례사업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2019년 9월27일 오후 광주도시공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9.9.27/뉴스1 © News1광주시 민간공원특례사업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2019년 9월27일 오후 광주도시공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9.9.27/뉴스1 © News1
◇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만신창이 된 민간공원

광주경실련은 지난 2019년 4월17일 민간공원 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비리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 내용은 사업 제안서 평가 결과보고서 유출과 우선협상대상 선정과정상 이의제기 수용 의혹, 특정감사 실시 배경, 광주도시공사 중앙1공원 사업자 반납 등 민간공원 특례사업 관련 의혹이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꼬이기 시작했다.

검찰은 광주시청 2차례, 광주도시공사 1차례, 고위간부 자택 등 10여 곳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양과 호반건설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광주시 행정부시장과 시 감사위원장, 환경생태국장, 공원녹지과 직원 등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시 환경생태국장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평가 결과보고서를 시의회 상임위원장에게 보내줬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됐고 나머지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검찰이 앞서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에서는 '결정적 한방'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최대 공원부지 지켰더니 '고분양가 논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6월 실시계획 인가까지 고시했으나 이번엔 고분양가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중앙공원 1지구는 비공원면적이 7.85%로 아파트를 지을 부지가 적다 보니 3.3㎡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은 중앙공원 1지구에 사업비 2조1000억원을 들여 지상 11~27층 규모에 33·40·50평형대 아파트 2370가구를 건설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3.3㎡당 분양가는 34평형 1500만원대, 40~50평형대는 2046만원을 제시했다.

산책로 등 공원 조성 비용 1300억원과 공익기금 250억원 등 1550억원도 기부하기로 했다.

2000만원이 넘는 평당 분양가는 초고분양가로 평가됐으나 중앙공원의 비공원시설(아파트)이 전체 공원 면적 대비 7.8%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윈윈'으로 평가됐다.

사업자는 최소한의 수익을 내야 하고 시민들 입장에서는 더 많은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고분양가는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됐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19년 7월 중앙공원이 있는 광주 서구와 남구, 광산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최근 분양한 아파트와 비교해 평균 분양가와 최고 분양가를 기존 분양가의 105% 이내에서만 책정할 수 있다.

HUG의 고분양가심사기준에 의한 산출서 상으로는 3.3㎡당 1350만원이 한계이고 주변 시세 등을 최대한 감안하더라도 1500만원 이상 분양가로는 분양 승인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발목이 잡히자 시와 민간사업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은 지난해 8월부터 4차례에 걸친 사업계획 변경 끝에 후분양으로 전환하고 아파트 개발면적과 세대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지난 1월29일 오후 광주광역시의회 5층에서 열린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 공개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2021.1.29/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지난 1월29일 오후 광주광역시의회 5층에서 열린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 공개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2021.1.29/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사업계획 변경 놓고 'SPC' 내부 갈등

사업계획 변경이 마무리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토지 보상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행정 절차가 차근차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민간사업자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은 한양이 최대 주주로 30%, 우빈 산업 등 나머지 3개 사가 7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애초 한양 측이 시공권 50%를 갖기로 했으나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을 제외한 다수파인 나머지 3개 업체가 지난해 12월 임시 주총을 열고 한양 측이 맡고 있던 대표이사를 교체했고 후분양 방식을 추진했다.

한양은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자 후분양이 아닌 선분양으로 시공하면서도 1600만원대 분양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SPC 다수파는 1600만원대 분양은 허가도 나오지 않을 뿐더러 불가능하다며 최근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한양은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광주시에 우빈산업 등 컨소시엄 일부 구성원들에 대한 퇴출요청서를 제출했고 시와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시공자지위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양은 "공모지침인 제안요청서에 따라 한양은 컨소시엄 내의 유일한 시공자로 규정돼 있다"며 "시공자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한양과의 합의를 거쳐 당연히 광주시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빈산업 등 SPC 일부 구성원들은 ㈜한양과 사전 협의도 없고 광주시의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며 "명백하게 제안요청서 등을 위반한 만큼 시공사 선정은 당연 무효이고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도 한양 측과 SPC 다수파 측의 입장으로 나뉘어 보도하면서 혼란은 커졌다. 일부언론은 고분양가를 지적하고 일부는 업체의 주장대로 광주시 탓만 했다. 시민단체는 언론보도가 나올 때마다 분양가가 높다거나 특혜를 주고 있다며 '광주시 때리기'에 주력했다.

◇ 논란에 논란…광주시 원점 재검토

논란 끝에 광주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월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속도감보다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하다"며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해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시와 중앙공원 1지구 사업자 관계자, 교수·회계사 등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한 '광주시 중앙공원1지구 사업조정협의회'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협의회는 지난 21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4차 회의를 열고 민간공원 사업자가 제시한 3.3㎡당 분양가 1898만원에서 비용절감 방안을 찾아 분양가를 추가 인하하도록 했다.

그동안 논란이 된 80평형대 분양과 45평형 임대세대 공급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실시계획인가에서 제외한 85㎡이하 국민주택 383세대를 공급하라고 했다.

지난해 4차례 사업계획 변경 끝에 내놓은 잠정합의안을 파기하고 사실상 민간공원 추진자가 제출한 원안 그대로 시행하되 분양가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함께 참여해 논의한 민간공원 사업자 측은 시의 권고안에 반발했다.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은 "'기존 면적'을 기준으로 선분양과 후분양 두 가지의 사업계획을 제출하라고 해 4차 사업계획조정협의회에 시뮬레이션 안을 제출했을 뿐 '선분양'에 3.3㎡당 1898만원 안이 타당해 제출한 게 아니다"라며 "애초 원안대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비공원면적 최소화 기준으로 사업계획변경을 6개월 넘게 진행하다 '분양가 인하'를 기준으로 다시 사업계획변경에 대한 재차 협의를 하자는 것은 '사업계획만' 반복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민간의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시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뭘 해도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공원 1지구를 둘러싼 갈등이 치열해지면서 '애꿎은 공무원들만 멍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놓고 전임 환경생태국장과 행정부시장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담당 과장과 일부 직원들은 건강이 악화돼 휴직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진행해온 한 공무원은 "광주의 허파를 지키겠다며 수년간 고생했는데 업체 내부 갈등으로 서로 자기 주장만 여론화하면서 심각한 애로를 겪고 있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애초 중앙공원을 포기해 버렸으면 어땠을까, 환경단체가 반발하더라도 비공원시설을 10%로 늘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고 한숨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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