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징병' 분통에 文 '재밌는 이슈'라 넘겨 …4·7쇼크로 쟁점화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1.04.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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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여성 징병제' 올라온 뒤 '20만명 동의' 기준 신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수석 보좌관 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09.11.【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수석 보좌관 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09.11.


'재밌는 이슈.'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취지의 국민청원을 보며 내놓은 표현이다. 청원수 12만명 정도인 이 글의 제목은 '남성만의 실질적 독박 국방의무 이행에서 벗어나 여성도 의무 이행에 동참하도록 법률개정이 돼야 한다'였다.

청원이 회의에 올라오긴 했지만 급박한 현안으로 간주되진 않은 것이다. 여성의 징병을 요구한 글이었지만 당시 문 대통령은 "국방의무를 남녀 함께 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재밌는 이슈 같다"며 "요즘은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수석졸업자가 거의 해마다 여성이다. 만만치 않다" 등 여성이 군 간부로 활약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옆에 있던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은 "오래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라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여성의 군복무와 관련해 특별한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답변의 기준을 세우라고 이날 회의에서 발언했다. 이에 따라 이 회의 이후 청와대는 기존 '일정 수준 이상의 동의'라는 답변 기준을 '20만명 이상의 동의'로 변경했다. 당시 청와대는 소년법 폐지(26만명 찬성)와 함께 여성의 군복무 청원을 회의에 올렸다. 변경된 기준이 적용되면 후자는 답변 대상도 아니게 된다.

2018년까지 여성의 군복무와 관련한 청원글들은 거듭 올라왔지만 번번히 답변 기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4·7 재보궐 선거 이후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여성을 징병대상에 넣어달라는 청원글의 추천이 22만건을 넘었다.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靑 답변 대상 올라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25일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만명6350명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만에 13만명 나흘만에 20만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느다"며 "게다가 현재는 예전의 군대와 달리 현대적이고 선진적인 병영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 북한,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볼리비아, 차드, 모잠비크, 에리트레아 등 8개국이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진행한 '남성만의 의무복무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남성 1036명, 여성 976명 참여) 대해 남성 57.3%는 '바람직하다'고 답한 반면 42.7%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달리 보면 남성만의 의무복무가 전국민적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관련 연구가 미진해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2009년 국방부는 '여성지원병(兵)'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병역자원 부족 등에 따른 것이었지만 군필자 가산점 제도 추진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있는 여건임을 감안해 검토를 포기했다.


20대 남성, 오세훈에게 70% 넘는 몰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온라인 취임식에서 유튜브를 통해 접수된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온라인 취임식에서 유튜브를 통해 접수된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4·7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헤묵은 여성 징병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용기·김남국 의원은 돌연 공기업 승진 등에서 군경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곧장 젠더 갈등을 일으킨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을 통해 모병제로 전환하되, 남녀 모두 최대 100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여성 징병제와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남녀가 동일하게 복무하자는 점은 공통적이다.



여성학자 출신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남성 중심 징병제를 거론하며 "여성의 전 삶에 걸쳐, 특히 일자리나 직장 문화와 관련해 성차별의 근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 국면에서 모병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에 대한 박탈감이 쌓인 '이대남'(20대 남성)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20대 남성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70%가 넘는 몰표를 줬다.

아직 우리 군은 여성 징병제나 모병제에 신중한 시각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병역제도 개편은) 군사적 효용성이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여성 징병제가 시기상조란 입장으로 봐야 하는 거냐'는 질문엔 "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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