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비은행이야"…금융지주 살 길은 'M&A'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4.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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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 순이익, 일제히 늘었다/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4대 금융 순이익, 일제히 늘었다/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주요 금융그룹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은 물론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한 인수합병(M&A) 경쟁을 예고했다. 초저금리, 빅테크 공습 등으로 은행업의 미래가 밝지 않아 비은행 부문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KB·신한 등 리딩금융그룹들이 잇달아 대형 M&A를 성사시킨 끝에 1조원대 분기 순이익 시대를 열면서 M&A 행보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핀테크나 플랫폼 기업 M&A를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손해보험사 인수 역시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신한금융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박성현 신한금융 부사장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주의 본업은 M&A와 신규사업 육성"이라며 "그룹 포트폴리오에 없는 부문을 살펴보고 있는데 자기자본이익률, 시너지 여부 등을 판단해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핀테크나 고객 기반을 가진 플랫폼 기업 중 전략 방향성이 맞는 기업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그룹도 M&A를 중요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 안선종 하나금융 상무는 "증권, 캐피탈 부문은 경쟁력이 커졌지만 카드, 보험의 경우 경쟁사에 못미친다"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봐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비은행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금융그룹은 증권, 보험 등 포트폴리오 강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지주회사 내부등급법을 인정받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개선한 것도 출자 여력 확대를 위해서였다. KB금융그룹도 꾸준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실탄을 쌓고 있다. 이환주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인수합병(M&A)을 위한 내부 유보 필요성'을 언급하며 중간배당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리딩금융 비은행 이익기여도 '훌쩍'/그래프=이승현 디자인기자리딩금융 비은행 이익기여도 '훌쩍'/그래프=이승현 디자인기자
주요 금융그룹이 M&A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에 힘을 쏟는 건 은행 경영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기록적인 초저금리와 그에 따른 예대마진 악화, 충당금 등 부정적 요인에 더해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급성장까지 더해졌다.

반면 비은행 부문 성적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1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KB·신한금융은 1분기 비은행 이익기여도가 각각 48.6%, 48.1%로 50%에 가까워졌다. KB금융의 경우 비은행 순이익이 1년 사이 네 배 가까이 뛰었다. 신한금융도 카드, 증권, 캐피탈이 선전한 영향이 컸다.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이익 비중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14.1%p 확대된 39.9%였다. 증권과 카드만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200%, 140% 가깝게 급증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종합금융·캐피탈에서 고른 성장으로 비은행 기여도가 12.6%에서 18.6%로 개선됐다.


업계는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발표하는 등 금융지주들이 글로벌 부문 강화를 위한 M&A에 나설 가능성 역시 높게 본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라면 은행업 성장 기회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어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KB금융-푸르덴셜생명, 하나금융-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 우리금융-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신한금융-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등 M&A 행렬이 이어졌다"며 "국내에서 비은행 위주로 덩치를 키우고 은행 인허가를 받기 힘든 저개발국에서 M&A를 통한 글로벌 성과를 높이는 식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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