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차세대 K-콘텐츠로 꼽히는 산업은 바로 'K-웹툰'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2010년 불과 529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년 새 20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웹소설 및 웹툰 콘텐츠 공급업체 디앤씨미디어 (24,400원 ▼200 -0.81%)는 폭풍 성장하는 웹툰 시장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2만원대 초반이었던 주가는 현재 4만3600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증권가는 글로벌 웹툰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디앤씨미디어의 추가 성장 여력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은다. 2대 주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과 해외 진출에 따른 수혜도 주목할 만하다.
10년 만에 10배 된 韓 웹툰 시장…이제는 '한국의 마블'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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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웹툰 시장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아마추어 작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만화 작품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플랫폼을 이룬 웹툰 산업은 2009년 스마트폰 보급 이후로 급성장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웹툰이 유튜브, 인스타그램처럼 짧은 시간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컬처'로 부상한 덕분이다.
본격적인 유료결제 수익 모델이 도입된 시점은 2010년대 이후다. 특히 2014년부터 카카오페이지가 도입한 '기다리면 무료' 과금모델이 현재 웹툰 플랫폼의 대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2013년 이후에는 레진코믹스 등 중소형 유료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웹툰 플랫폼만 36개에 달한다.
국내 웹툰 포맷은 2012년 타파스미디어가 '타파스틱'이라는 웹툰 서비스를 미국에 론칭하며 해외에 소개되기 시작한다. 2014년을 기점으로 NAVER (180,100원 ▼800 -0.44%)와 카카오 (47,500원 ▼1,500 -3.06%) 중심 해외 플랫폼과의 제휴 또는 직접 진출도 본격화됐다.
현재는 카카오재팬(카카오자회사)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전 세계 만화·소설 앱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K-웹툰'의 입지가 탄탄한 상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사진=넷플릭스
재창작 작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킹덤', '스위트홈' 등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K-드라마 중에도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상당수다.
할리우드의 대표 슈퍼히어로 영화로 꼽히는 '아이언맨', '어벤져스', '다크나이트'도 미국 1~2위 만화기업 마블과 DC코믹스 작품이 원작이다. 국내 웹툰과 드라마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마블' 탄생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2년 새 영업익 두 배 껑충…업계 최대 작가풀 보유한 '디앤씨미디어'
2014년부터는 흥행 웹소설 IP 기반 웹툰 제작을 본격화했고, 2017년에는 카카오페이지(당시 포도트리) 투자를 유치하며 동반성장 관계를 구축했다. 같은 해 국내 웹소설 유통 업체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디앤씨미디어의 계약작가 수는 2019년 기준 629명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이들 작가의 검증된 웹소설 IP에 기반해 연간 8~10편가량의 신규 웹툰도 론칭하고 있다. 작가 수가 많은 만큼 히트작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황제의 외동딸',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은 디앤씨미디어의 대표 메가 히트작이다.
해외 진출 행보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메가 히트작이 일본·미국 등 글로벌 주요 만화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며 매출 성장에 기여하면서다.
웹소설 원작의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사진=카카오페이지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전체 만화 시장 규모가 한국의 5배 이상으로 웹툰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며 "픽코마의 2020년 GMV(거래대금)는 4000억원대, 2021년 거래대금은 9000억원대로 예상되는 만큼 디앤씨미디어 등 콘텐츠 공급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북미 시장 성과도 가시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웹툰 플랫폼 태피툰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은 누적 조회수 780만건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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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연구원은 "올해 수출 비중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글로벌 수준 콘텐츠 공급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난해 수출 비중과 유사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 수요가 높아지면서 수출 비중은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K-드라마' 흥행으로 웹툰 IP 기반 2차 판권 사업성이 부각된 점도 호재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이 흥행하면서 한국 웹툰 IP 기반 영상 콘텐츠에 대한 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관심 증대가 기대된다"며 "올해는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HBO 맥스의 DC코믹스, 넷플릭스의 밀러월드 IP 기반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OTT 시장에서 정면 대결하는 구간인 관계로 만화 IP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엔터 상장 수혜주…해외 사업 확장 '호재'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관사 선정까지 마치고 국내 상장을 준비해오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12일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년 뒤 카카오엔터의 한국과 미국 상장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IT(정보기술) 플랫폼 업체는 웹툰 사업에 좀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추세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약 6500억원에 인수했고, 카카오는 타파스미디어의 지분을 40% 이상 끌어모은 데 이어 경영권 인수까지 추진 중이다.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진 네이버 CFO(최고재무책임자)도 네이버웹툰에 대해 "당장은 자금 조달 계획이 없지만, 운영이 탄탄해지고 미국 투자자들에게 친숙해진다면 상장을 고려할 수도 있다"며 미 증시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네이버는 미국 자회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에 204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콘텐츠 공급자인 디앤씨미디어 입장에서는 플랫폼 업체의 해외 사업 확장은 새로운 기회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지의 가까운 협력사로 플랫폼 해외 확장에 따른 지속적인 수혜가 예상된다"며 "일본과 미국 이후에는 동남아와 유럽 진출도 계획돼 있고, 해외 비중 확대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