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만 왜 차별하나" 주식과 다른 세금폭탄에 뿔난 투자자들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유효송 기자, 고석용 기자, 이지윤 기자, 윤세미 기자 2021.04.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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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2차 코인광풍에 또 호구된 K-코린이(下)

편집자주 제2차 암호화폐(가상자산) 광풍이다. 우리나라에선 유독 가격 널뛰기가 심하다. 국내에서만 붙는 웃돈,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탓이다. 외국환규제에 따른 암호화폐의 국내외 가격 차이로 외국인 등 특정계층만 이득을 본다는 지적이다.

'제2 코인광풍'...공정위, 3년만에 거래소 약관 일제 조사
"암호화폐만 왜 차별하나" 주식과 다른 세금폭탄에 뿔난 투자자들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 만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불공정약관 조사'에 나선다. 이번 조사는 과거 약관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주요 신생 거래소를 중심으로, '투자자 보호' 사안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내에서 운영 중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이용약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4~6월을 가상자산 관련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불법 행위 집중단속에 나서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의 암호화폐 거래소 대상 불공정약관 조사는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정부는 2017년 말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따른 각종 범죄 발생을 우려해 범부처 대응에 나섰는데, 당시 공정위는 빗썸·업비트 등 12개 암호화폐 거래소의 약관을 조사했다. 공정위는 2018년 이들 업체의 총 14개 유형 불공정조항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거나 자진시정을 이끌어냈다.



공정위는 올해 조사의 초점을 '투자자 보호'에 맞췄다. 광풍 수준으로 대규모 투자금이 암호화폐에 몰리는 상황인 만큼 시급히 거래소의 불공정약관을 점검해 투자자 피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의 주요 타깃은 최근 수년 사이 우후죽순 생겨난 신생 거래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현재 100개 이상의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는 3년 전 이미 점검했던 주요 거래소에 대해서도 그동안 약관 조항을 추가·변경해 이용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부과하고 있는지 등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신생 거래소의 불공정약관 유형은 3년 전 점검·시정한 내용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가 적발한 주요 유형은 △부당한 입출금 제한 △자의적인 서비스 이용 제한 △포괄적인 사유에 따른 이용 계약 해지 △광범위한 면책 등이었다.


이 가운데 핵심으로 꼽히는 부분은 '광범위한 면책'이다. 거래소가 시스템 관리·보안 등을 소홀히 해 투자자가 손해를 입어도 거래소가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공정위가 2018년 약관을 점검했을 때에도 12개 업체 모두 광범위한 면책 조항을 운영하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약관이 발견되면 해당 사업자가 자진시정을 하는 형태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스스로 개선하지 않는 경우에는 공정위가 시정권고를 할 수 있고, 이후 60일이 지나도 변화가 없으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해당 업체가 시정명령마저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유선일 기자

2021년 '코인광풍'에 대책은 2017년식..."공시제도 도입해야"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광풍에 맞서 불법행위 '특별단속'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4년 전 대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암호화폐에 대한 공시 제도 신설 등 제도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만 왜 차별하나" 주식과 다른 세금폭탄에 뿔난 투자자들
◇4년 만에 '투자열풍' 도돌이표…투자사기·환치기 통로로

21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법무부 등 10개 정부 부처는 오는 6월까지를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암호화폐 관련 불법행위 등을 집중 단속키로 했다. 암호화폐 출금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의심거래에 대한 감시·보고를 강화하게 하고 외환거래법 위반 사례 단속을 더 강도높게 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 대해 투자자들은 '맹탕'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였다.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는 원론적 구호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20일 비주류로 취급되던 도지코인은 하루새 19% 나 급등하기도 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불법·탈법 행위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불법 자금모집 △거래소 사칭 △가상통화를 이용한 불법거래 △거래자금 환치기 외에도 다단계 사기, 채굴대행 사기 등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차익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외환시장에 불안 요인이 될 수는 있다.

"암호화폐만 왜 차별하나" 주식과 다른 세금폭탄에 뿔난 투자자들
◇컨트롤타워 국무조정실…대책은 4년 전 판박이

암호화폐 광풍에 대응하는 사령탑은 국무조정실이다. 2017년에도 금융위와 법무부가 주무부처로 담당하다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검토' 발언으로 '공황 매도'가 벌어지자 국무조정실이 떠맡았다.

지난 19일 정부는 또한번 국무조정실 주재로 관계부처합동 TF(태스크포스)를 재가동하고 "4~6월 중 관계부처합동으로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를 특별 단속키로 했다"고 밝혔다.

"엄벌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지난 2017~2018년 관계부처 합동 대책과 내용은 거의 유사하다.

"가상자산 거래 후 출금 발생시 금융회사가 보다 면밀히 1차 모니터링한다. (2021년) 금융회사는 가상통화 관련 금융거래에 대해 의심거래보고 기준을 추가적으로 수립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전담인력을 지정한다.(2018년) "

"기재부는 금감원등과 함께 외국환거래법 등 관계법령 위반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나갈 것(2021년) 기재부는 해외여행경비를 가장한 가상통화 구매자금 반출을 방지하기 위해 고액 해외여행경비 반출 관리를 강화한다.(2017년)"

국조실 관계자는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점을 계속 홍보하고 관련 불법 행위에 대응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은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시장에 시그널 될까봐"

정부의 특별 대책이 선언적 발표에 그친 이유는 암호화폐 개념 정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의 감독과 규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 수준도 모호하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만약 정부가 직접 감독하겠다고 나선다면 제도권 편입으로 인식한 투자자들에게 어떤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 규정은 지난달 25일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지침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현황을 공개하고 투명성을 높이자는 데 불과하다. 시장과 거래에 대한 감독과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재무적 상태나 영업 상황 등을 보여주는 '공시제도'를 암호화폐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규제가 없으면 충분한 정보없이 묻지마 투자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상장한 아로와나토큰(ARW)은 이날 오후 2시30분 50원에 거래를 시작해 30분 만에 5만3800원(1075배) 폭등했지만 뚜렷한 이유는 찾기 어렵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특금법에서 코인을 이미 가상자산으로 인정한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식시장의 공시처럼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허위 공시나 소송 등에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의 개념이 담긴 '업권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을 통해 코인의 개념을 담고 공시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자본시장법을 통해 주식시장이 활성화된 것처럼 업권법이 필요하다"며 "억제와 규제의 시선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유효송 기자

암호화폐만 세금폭탄?…정부 "차별 아니라 주식만 다른 것"
"암호화폐만 왜 차별하나" 주식과 다른 세금폭탄에 뿔난 투자자들
"비트코인은 (거래차익) 250만원 이상 과세, 주식은 5000만원 이상 과세…차별하지 마세요."

암호화폐(가상자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내년부터 부과되는 암호화폐 거래차익에 대한 세금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수익에 주식수익보다 낮은 공제금액을 적용해 차별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론 암호화폐를 차별하는 게 아니라 주식에만 다르게 적용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5만명 넘은 청와대 청원…"코인 투자자 차별말라"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암호화폐 거래수익 과세 관련 공제금액 상향 관련 청원이 진행중이다. 청원인은 "(암호화폐 수익의 세금공제)금액 기준이 주식거래수익 세금을 징수하는 것과 대비해 너무나 차이가 많이난다"며 주식거래 수익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해당글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2만8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같은 내용의 청원은 지난 2월에도 올라왔다. 암호화폐 과세 관련 "왜 세금을 내는 데에 차별을 두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청원인은 "주식투자자에 비해 인원이 적어 목소리를 못 내니까 세금을 왕창 걷으려는 것이냐"고 했다. 해당글도 5만1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은 채 청원이 종료됐다.

실제 소득세법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수익과 주식 거래수익의 소득세 공제금 기준은 다르다. 암호화폐 거래수익은 250만원 이상 수익부터 세금이 부과되며 주식·주식형펀드에는 5000만원 이상 수익부터 세금이 부과된다. 과세 대상도 암호화폐는 2022년 소득부터, 주식은 2023년 소득부터다.

◇정부 "암호화폐 차별 아닌데…주식시장만 다를 뿐"

"암호화폐만 왜 차별하나" 주식과 다른 세금폭탄에 뿔난 투자자들
청원인의 주장대로 암호화폐 투자자에 대한 차별규제일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차별한 적이 없다"며 "주식시장에 예외를 적용했을 뿐 암호화폐 과세기준은 다른 자산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주식, 파생상품, 부동산권리, 영업권, 회원권 등 취득가와 양도가가 명확한 자산을 타인에게 양도해 수익을 거뒀을 때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한다. 다만 공제금 기준이하의 소득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기본공제금 기준은 250만원으로 250만원까지의 수익까지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차별 논란이 나온 건 주식·주식형펀드 등 일부 금융투자상품 소득에 공제금 기준 예외를 적용하면서다. 기재부는 올해 1월 시행령에서 금융투자상품 양도소득세 공제기준을 5000만원으로 결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시장은 가장 기본적인 금융시장인데다 기업의 자금조달 등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외를 둔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의 거래소득은 양도소득세가 아닌 기타소득세 대상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상 무형자산으로 분류돼서다. 그러나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공제액 등의 기준으로 양도소득세의 일반 기준인 250만원을 채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처럼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 봐 금융자산의 5000만원 기준을 채택하지도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암호화폐가 어떻게 상표권이냐…주식처럼 혜택 필요"

기재부 설명대로 암호화폐에 대한 차별규제가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과세기준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암호화폐의 성격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서다. 국내 회계기준위원회(KASB)는 지난해 이미 IFRS해석위원회에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발송한 상태다.

이동건 한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도 지난 13일 한국조세정책학회 정책세미나를 통해 "암호화폐와 상표권 등 무형자산은 의미, 가격 등이 큰 차이가 있다"며 "금융자산의 정의를 변경하거나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해석하고 주식처럼 5000만원의 공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검은돈' '기후 악당'…풀 죽은 비트코인, 거품 터지나
"암호화폐만 왜 차별하나" 주식과 다른 세금폭탄에 뿔난 투자자들
지난 주말 급락한 뒤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않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랐다. 근본적인 문제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바닥을 다지는 시기라는 반론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가상통화(암호화폐) 비관론자인 알바인캐피탈의 스티븐 아이작스는 비트코인 광풍에 대해 "결국 끝난다"며 "(본질적인 가치가 없어) 끝나면 남는 게 없어 추잡할 것"이라고 폭락론을 꺼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각국의 규제 가능성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포함한 주요국 규제당국 책임자는 익명성이 특징인 암호화폐가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암호화폐 업계 내에서도 규제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14일 6만4870달러(약 7255만원)까지 뛰었던 비트코인이 지난 주말 두 자릿수 추락을 한 이유도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돈세탁 조사를 한다는 미확인 소문 때문이었다.

아이작스가 두 번째로 지적한 건 세계적 관심사인 기후변화 문제다. 암호화폐 채굴은 여러 대의 컴퓨터가 동원돼 전기가 상당히 많이 소비된다. 이란에선 지난 1월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으로 암호화폐 채굴이 공식적으로 거론됐을 정도다. 그런데 현재 전기 생산은 현재 친환경적으로만 이뤄지지 않아, 과도한 전기 소비는 환경 문제로 이어진다. 아이작스는 "이는 굉장히 더러운 상품이다. 채굴에 필요한 에너지가 증가해 시시각각 더 더러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니콜라오스 파니지르조글루 JP모건 전략가는 투자노트에서 비트코인이 6만달러를 조만간 재돌파하지 못한다면 모멘텀 신호가 붕괴될 것이라고 썼다. 22일 0시(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5만6000달러 수준을 기록 중이다. 그는 올해 2월 중순, 1월 중순, 지난해 11월 말에는 하락 뒤 빠른 반등이 있었다면서 "전에 비해 모멘텀 쇠퇴가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데다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유입 역시 약해 보인다"고 반등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편 미국 증권사 BTIG의 줄리안 엠마뉴엘 주식·파생상품 전략 총괄은 19일 CNBC에서 "비트코인의 50일 이동평균선이 약 5만6500달러에 형성돼 있다"면서 "최선의 결과는 이 지점 위에서 변동성이 안정되고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 건전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리서치회사 펀드스트랫의 리오어 쉼론 디지털자산 부문 부사장은 비트코인이 수주일 바닥 다지기가 있을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이 올해 연말 10만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낙관론을 폈다.

이지윤·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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