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요즘 대기업의 신사업이나 미래전략을 담당하는 임원분들께 가장 많이 듣는 푸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축적된 '스타트업의 일하는 노하우'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기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소비자의 불편함에서 스타트업은 자라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몇몇 발 빠른 대기업은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거나, 스타트업처럼 일할 방법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의 C랩과 같은 사내벤처 프로그램, LG전자의 사외벤처 시도로 만들어진 '이디더블유오'(EDWO)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내부에서 신사업 조직을 만들어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내부 임직원을 스타트업 초기 조직처럼 구성한다. 일정 기간 후 별도법인으로 분사시키거나 외부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컴퍼니빌딩'을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협업 방식도 달라졌다. 스타트업이 일부 부품이나 기술만 대기업에 납품하던 형식에서 벗어났다. 스타트업과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만들기 위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농심과 만도의 테크업플러스, 롯데액셀러레이터 등이 좋은 사례다.
안타깝게도 상다 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이런 인식과 행동을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 그러다 보니 미래의 큰 가치를 위해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을 보고 "가능성이 낮은데 에너지를 쓴다"고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 다른 일부는 스타트업의 시도를 자신들이 보유한 자본과 인프라로 대체할 수 있는 사소한 영역으로 치부한다.
설사 인식과 행동이 뒷받침되더라도 기업이 원하는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기존 기업에는 무수한 창업자들이 수많은 혁신 가설을 만들고, 기존 시장에 도전하면서 축적했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경험이 없다.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내벤처 육성 시스템이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스타트업은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대기업도 그들만의 공식이 있다. 진정한 의미의 협업을 위해서는 양쪽의 상황을 모두 이해하는 '통역사'가 필요하다. 퓨처플레이뿐 아니라 이미 많은 액셀러레이터들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대기업들과 스타트업이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맞춤형 해답을 제시하는 전문 액셀러레이터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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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고민하고 있다. 기업의 '다음 행보'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 싶다면 액셀러레이터나 초기 전문 투자사 등을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앞서 배운 기업만이 다음 세상을 위한 미래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더 많은 기업들과 스타트업 그리고 액셀러레이터들의 협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