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른 건 통화정책 탓" 화살 돌리는 정부·여당…한은 "억울해"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1.04.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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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여당이 집값 급등 뿐 아니라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 금융지원 문제를 놓고도 한은에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한은은 대놓고 반박하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1일 '상생과통일포럼' 토론회에서 "한은이 지난해 저신용등급 회사채·기업어음 매입기구(SPV)에 8조원 정도를 출자하기로 했는데 5분의 1밖에 이행하지 않은 것을 얼마 전 확인했다"며 "금융을 이끌고 뒷받침하는 한은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의 비판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SPV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시장에서 소화가 어려운 BBB등급 회사채·기업어음을 사들여 기업을 지원하는 임시기구다. 지난해 4월 설립돼 10조원의 지원 금액 중 한은이 8조, 산업은행과 정부가 각각 1조원씩을 출자하기로 약속했다.

먼저 윤 위원장이 비판한 '5분의 1 이행'부터 사실과 달랐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대출을 약속한 8조원 중 40%인 3조5600억원이 집행됐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5분의1(20%)의 두 배다. 또 60%를 덜 집행한 것도 한은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었다. SPV는 기업들의 수요가 있어야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은의 대출액이 많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BBB등급 회사채 발행 기업들의 자금 지원 요청이 많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와 산은 자금의 80% 이상이 집행되면 자동으로 SPV에서 한은에 요청을 하게 돼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전세계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로 돌아서 회사채를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러 안 했다거나 소극적으로 했다는 (여당의) 지적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라 공식 자료를 내 해명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주택 가격 급등을 부동산정책이 아닌 한은 통화정책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 부동산 가격상승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많은 유동성이 풀리고 자산 가격이 실물과 대비되면서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완화적 통화 정책과 연 0.5%의 저금리 등이 부동산 상승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 등도 지난해 집값상승의 근본원인은 통화정책에 있다고 지적했었다.


한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동성이 자산 가격에 상승압력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유동성 하나만으로 현재의 집값 상승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가격에는 금리 외에도 수급상황, 경기 상황,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과 정책에 대한 신뢰도,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 등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며 "최근 우리나라 주택가격 상승은 주택 수급에 대한 우려와 가격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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