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23일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차세대 제품 개발, 온라인 사업 강화 및 중장기 전략 등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협상 뒷얘기가 뒤늦게 회자된다. 4월 들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한미간 백신 스와핑을 비롯한 백신 확보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다.
올해 3분기(7∼9월)로 예정된 화이자 백신 도입 시기를 2분기(4∼6월)로 당기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이 총력전을 벌였지만 화이자 고위임원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미국 FDA 자문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국화이자 제약 건물.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 부회장의 역할은 협상의 단초를 제공한 데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협상 과정에 밝은 한 인사는 "화상회의에서도 처음엔 형식적인 대화가 오갔는데 삼성 측에서 '잔량이 남지 않는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냐'는 카드를 던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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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가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협상의 카드로 제시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앞서 LDS 제조사인 풍림파마텍을 찾아내 금형개발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했다. LDS 카드가 등장하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당초 올 3분기에나 공급받을 예정이었던 화이자 백신이 지난 3월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준비하면서도 사업 협력과 함께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를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출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무산됐다.
이 부회장은 재수감된 이후에도 백신 도입 협상이 성사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인사는 "한미 백신 스와프를 포함해 최근 백신 확보 현안을 두고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조명받는 데는 이런 뒷얘기가 있다"며 "이 부회장의 부재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