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는 웃었지만…현대차·기아, 반도체 보릿고개 '고비'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1.04.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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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총 2조7000억원대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거뒀지만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완성차업계에 불어닥친 글로벌 반도체 수급 차질이 현대차·기아에도 2분기부터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미 이달부터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에 들어간 만큼 이에 따른 실적 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조6566억원, 1조7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대비 91.8%, 142.2% 증가한 수치다.

기본적으로는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발생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해외 주요 국가들의 판매 회복세, 제네시스 및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등 고부가 차량의 판매비중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와 함께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달리 반도체 수급 차질을 상대적으로 비껴간 것도 호재가 됐다. 지난해 말부터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미리 재고를 마련해 1분기 중에는 사실상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반도체 수급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그간 준비해뒀던 재고 역시 바닥을 드러내면서다.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 역시 이달부터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을 실시했다.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울산1공장이 휴업한데 이어 아산공장도 12~13일과 19~20일 가동을 일시 멈췄다. 울산1공장은 카메라센서, 아산공장은 PCU(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다. 기아 역시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을 수일간 중단시킨 바 있다.

다른 완성차업체 대비로는 상대적으로 늦게 가동 중단에 들어간 셈이지만 이로 인한 생산차질 부담은 더 크다. 주력 차종인 그랜저, 쏘나타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생산 문제가 걸려 있어서다. 특히 아이오닉5의 경우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현대차그룹 전동화 라인업 구축의 최선봉에 서 있는 만큼, 생산차질로 인한 타격은 더욱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도체 수급 차질 장기화 상황은 당장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대차 컨퍼런스콜에서 서강현 부사장(재경본부장)은 "자동차 수요의 빠른 회복에 따라 반도체 부품이 조기 소진되고 있다"며 "텍사스 한파와 일본 르네사스 화재 등 외부 요인들로 인해 반도체 수급 어려움은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관련업계 역시 반도체 수급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53개 자동차 부품업체(1~3차)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72% 올해말까지 반도체 수급차질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응답업체의 절반(48.1%)은 이미 관련 부품 생산의 감축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만큼 역시 오는 5월에는 이달보다 더 큰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 부사장은 "반도체 수급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5월 이후 생산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판단에는 4월과 비슷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생산조정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에 따른 해외시장 회복 추이의 변화도 2분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1분기 해외 실적을 이끌었던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2분기 수회 회복 지속이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환율 변동성 확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 역시 경영활동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부족에도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반적인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수급 악재가 실적 증가세를 완전히 가로막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1분기와 마찬가지로 고급차 및 SUV의 판매 비중이 확대될 경우 충분히 실적 개선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분기 판매 차질이 발생한 만큼 3분기와 4분기에 수요가 더 몰릴 수 있다"며 "가격대가 높은 제네시스 등 판매량이 늘고 있는 점도 현대차·기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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