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천장 누수에 3년째 곰팡이·악취…윗집은 대꾸조차 없었죠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2021.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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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충북 충주의 한 빌라 거주자 A씨는 3년째 물 떨어지는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누수 피해가 극심한데도 윗집이 문을 걸어잠근 채 대꾸조차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이 새기 시작한 건 2019년 10월쯤입니다. 벽에서 시작한 누수는 곧 거실 천장 전체로 퍼졌습니다. 2018년 건물 공동 배관 공사에 협조하지 않아 유일하게 보수 공사를 받지 않은 윗집이 누수의 원인이 된 걸로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그 뒤로 3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그대로입니다. A씨는 천장에 구멍이 뚫린 집에서 아이 4명과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곰팡이 악취와 벌레로 인한 피해는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윗집 주인은 2018년 건물 전체 보수 공사 과정에서 집이 파손됐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이를 제대로 보수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네 집 보수를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윗집과의 원만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자 A씨는 관리사무소에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관리사무소와 윗집은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할 뿐인데요.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적어 A씨가 빌라 입구에 내건 현수막도 입주자 대표가 강제로 치워버렸습니다.

결국 A씨는 지난 1월 윗집을 고소했습니다. 그제서야 윗집에서는 보수공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했습니다.

◇물난리 났는데 '묵묵부답' 윗집, 재물손괴죄


누수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 피해를 복구할 책임은 통상 윗집이 집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특성상 누수 피해 역시 윗집에서 아랫집을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누수는 윗집 배관 접합 부위에 이상이 있거나 배관이 아예 부식됐을 때 발생합니다.

물론 건물 공용 배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데요. 이 경우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가입한 단체보험이나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을 이용해 보수공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누수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누수의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먼저입니다. 보통 전문 누수탐지 업체에 의뢰해 누수 지점을 파악하곤 하는데요. 누수 원인이 밝혀졌다면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져 보수를 진행하고 손해배상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종종 A씨 윗집처럼 고집을 피우며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우리집 탓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수리는커녕 누수 상황 파악도 어렵습니다. 그러는 사이 누수 범위는 점점 커져가고 아랫집의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납니다.

이럴 때는 빠른 결단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돈을 들여 누수 수리를 진행한 후 그 비용을 상대방에게 소송으로 청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추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수리를 요청했으나 오랜 시간 응답을 받지 못한 부분과 구체적인 누수 사진 등을 확보하는 절차가 필수입니다.

자신이 돈을 들여 누수 수리를 진행하겠다고 하는데도 이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윗집에 대해 재물손괴죄로의 고소를 고려해보는 거죠.

실제로 지난 2004년 지속적으로 배관 점검과 보수를 하지 않아 아래 세대에 피해를 끼친 윗 세대에게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윗 세대가 자신 때문에 이웃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계속 보수공사를 거부한 부분에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할 고의가 충분해 보인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누수문제 외면한 관리인 책임은

일각에서는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두 세대 간 갈등을 관망하기만 한 관리사무소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빌라 등의 집합건물에서 누수 관련 분쟁이 제기되면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중재를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대간 다툼이 심화되며 관리사무소까지 애꿎은 불똥이 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보니 적극적 개입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관리인은 공동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세대에게 중지를 요청하거나 분쟁 발생시 조정절차를 권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집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 하지만 의무 위반 시의 법적 조치는 동법에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결국 누수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미진했던 관리인의 태도가 매우 반복적이고 용인하기 힘들었다면 이를 이유로 법원에 해임을 요청하는 방법뿐입니다. 해임 가능 여부는 법원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다만 A씨가 누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현수막을 임의로 치우고 욕설까지 했다는 입주자대표에게는 재물손괴죄나 모욕죄 등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법률판]천장 누수에 3년째 곰팡이·악취…윗집은 대꾸조차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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