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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다시 늘었네…업계는 아직 "빚 좋은 개살구"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4.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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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대감·여행사 진입장벽 완화 등으로 여행사업체 수 증가…업계에선 "허수에 불과"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여행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들어 여행사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백신접종 등으로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가 올해초 여행업 등록기준을 낮춘 것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사무실 불은 꺼져 있고 직원과 사장은 알바를 전전하는 '좀비' 여행사가 태반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관광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등록 여행업체(일반·국외·국내) 수는 2만1835개로 조사됐다. 지난해말 2만1647개보다 188개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 직격타를 맞았는데도 오히려 올들어 사업체 수가 늘었다.

이 같은 여행사 증가는 국내여행 활성화와 해외여행 재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국내로 제주도와 부산 특급호텔 객실이 주말마다 동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코로나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업계를 떠났던 종사자들이 돌아오거나, 포스트 코로나 이후 폭발할 이연수요를 노리고 여행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하나투어나 참좋은여행 등은 필수근무 인원을 늘리거나 무급휴직을 유급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다.



폐업하고 싶어도 못해
인천국제공항 내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인천국제공항 내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그러나 업계에선 여행사 수 증가를 두고 여행생태계 생존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긋는다. 2만개가 넘는 여행사 수는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단 것이다. 사실은 폐업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해 여행사 상당수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지자체가 마련한 긴급융자를 받았는데, 이 경우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폐업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여행산업이 구조적으로 5인 이하 영세·중소 여행사 비중이 큰 허약한 체질을 갖고 있단 점에서 말 그대로 숨만 쉬는 좀비 상태란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영세 여행사 대표는 "여행사가 2만개가 된다고 해도 매출 내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있던 직원들 다 내보내고 사장도 아르바이트하러 나가서 불 켜질 일도 없다"고 말했다.


전국 2000여개 영세중소 여행사들이 소속된 전국중소여행사비대위는 지난 7일부터 세종시에서 '집합금지' 업종 지정과 관광위기재난금 제정 등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전국중소여행사비대위전국 2000여개 영세중소 여행사들이 소속된 전국중소여행사비대위는 지난 7일부터 세종시에서 '집합금지' 업종 지정과 관광위기재난금 제정 등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전국중소여행사비대위
정부의 과도한 진입장벽 완화도 숫자 부풀리기에 한 몫하고 있단 지적이다. 정부는 '여행혁신'을 명분으로 지난 1월 여행업 등록기준을 완화키로 결정했다. 현행 일반여행업 등록자본금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추고, 3000만원이면 등록할 수 있는 국외여행업을 국내외여행업으로 변경, 인·아웃바운드 사업을 모두 다룰 수 있게 했다. 사실상 3000만원만 있어도 여행사를 열 수 있는 셈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여행사들이 더 많이 늘어날텐데 과연 여행산업에 긍정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여행산업 회복을 위해 여행업을 집합금지 업종에 포함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함수일 전국중소여행사비상대책협의회 대변인은 "방역 규제로 여행사는 1년 이상 집합금지 업종이나 다름 없다"며 "마음대로 폐업도 할 수 없고 영업도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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