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오세훈 "박원순 사건 사과, 서울시 책임자로서 당연한 책무"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1.04.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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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온라인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온라인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사과와 관련, "서울시를 이끌어가는 책임자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22일 오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온라인 취임식에서 "성폭력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데 왜 사과를 했느냐"는 시민의견에 대해 "어쩌면 이 사건은 한 여성이 겪었던 사건이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아들, 딸들의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이런 일을 겪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에 복귀해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이 돼야 우리가 만들고 싶은 공정·상생의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튜브로 받은 시민의견에 대한 오 시장의 답변.



-시청,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DDP에서 취임식을 하니 신기하다.
▶15년 전(처음 서울시장으로 취임할 때가)이 생각난다. 그 때는 세종문화회관에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분들만 초대해 진행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유튜브 생중계로 많은 분이 함께하실 거라 생각한다. 제가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정말 힘들게 마련한 공간인 DDP를 저도 취임이후에 처음 방문했다. 이 공간이 생기고 보람스럽게 생각하는건 의류상권이 최첨단 패션상권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이 근처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상인 19만명으로 아마 한가구당 2.5를 곱하면 약 50만명 정도의 시민이 여기서 생계를 유지하고 계신다하면 정말 중요한 상권이다.

이 상권이 당시에 10여년 전에 다 죽어가고있었다. 당시에 야구팬 여러분들이 야구장이 없어지는 걸 아쉬워하셔서 군데 군데 아마추어 야구장 9개 정도를 만들어 드린 기억도 난다. 이 희생 덕분에 이 공간이 서울 경제를 견인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연간 1000만명씩 와서 누적 6000만명 된다고 하니까 저로서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관광객이 꼭 가야하는 공간을 만들어서 서울에 정말 많은 관광객이 오게 하고 그것으로 서울에 돈이 돌도록 경제 활력이 느껴지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지난 10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10년 세월이면 짧은 세월이 아니다.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오늘 이렇게 다시 서울시를 맡으라고 준비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에서 8개월 지내면서 (영국 정부가) 어려울 때 긴축재정하면서 복지를 어떻게 줄이는가를 보고 복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정리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6개월 머물면서 중국의 발전상과 문화를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배웠다. 투치족과 후치족 두 부족이 사이가 좋지 않은데 학살당한 소수민족의 대표가 대통령이 됐는데 통합 정치를 폈다. 학살을 자행한 민족이 감동해서 대통령을 존경하고 따르는 걸 봤다. 중남미 페루에는 6개월 머물면서도 많이 느꼈다. 그곳은 지하자원, 축산·수산 자원이 풍부하지만 우리보다 경제력이 뒤에 있다. 우리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잠재력과 인적자원을 가지고 이 나라를 일궜다.

귀국해서 4~5년간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면서 미래와 정책이라는 화두를 놓고 씨름했다. 북핵 이후 한반도, 저출생, 고령사회, 4차산업이 본격화된 이후에 복지·일자리·교육정책이 어떻게 가야하는가를 20~30대 젊은이들과 토론했다. 이제 그동안 갈고 닦은 저의 준비가 아마 서울시를 통해서 꽃을 피리라 생각하고 저 역시도 긴장하고 있다. 그렇게 전 세계를 돌면서 배웠던 것들, 강연과 저술활동을 통해서 정리된 생각을 하나하나 서울시정에 접목할 수 있게 됐다. 정말 열심히 뛰어보겠다.

-(전임 시장의) 성희롱·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왜 직접 사과를 했나.
▶어찌보면 당연한 사과다. 서울시를 이끌어가는 책임자로서 서울시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시민,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사과드리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한 열흘 전쯤에 피해자를 만났다. 그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을 못 들었다는 말을 했다.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더군다나 만나는 시간 내내 눈물을 흘려가면서 주체를 못하는 그 피해자를 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그 분이 정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게 저의 책무라는 생각을 했다.

진정한 진심이 어린 한 마디의 사과가 필요하구나라고 깨달았고 실천했을 뿐이다. 어쩌면 이 사건은 한 여성이 겪었던 사건이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아들, 딸들의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겪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에 복귀해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이 돼야 우리가 만들고싶은 공정, 상생의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서울시가 모범이 돼서 그런 직무환경을 만들어드리겠다고 결심했고 그 약속은 지켜질 거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한 단계 성숙해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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