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에이링크, 예상 매출 뻥튀기?…올해 834억 불발 '위기'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1.04.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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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항체진단키트 임상 지연에 당황…작년 에이티넘과 CB 채권자만 '대박'

지난해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디엔에이링크 (2,685원 ▼10 -0.37%)가 증권신고서 과장 기재 논란에 휩싸였다. 코로나19(COVID-19) 진단키트로 2021년 834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기재했으나 오히려 지난해 체결한 대규모 공급계약마저 해지되는 등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엔에이링크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85억3090만원(약 700만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2019년 매출 대비 54.78% 규모다. 코스닥시장본부는 23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이 계약은 지난해 4월 메디멤버스와 체결된 것으로 진단키트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이외에도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5월 아프라카와 중동·아시아 지역에 각각 20억원, 3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공급기한은 오는 5월13일까지다. 또 지난해 11월 베이스10 제네틱스(Base10 Genetics )와 테스트당 10달러에 총 500만 테스트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수시공시했다.

디엔에이링크, 예상 매출 뻥튀기?…올해 834억 불발 '위기'


코로나 수혜로 주가 급등하자 유증, 예상 실적 과대 포장?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시 2080원 수준(권리락 이후 기준)이었던 주가는 10월 3만2500원대까지 급등했다. 주가 기폭제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기대감이었다.



디엔에이링크의 코로나19 항원 신속진단키트는 별도의 장비 없이도 10~15분 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항체 신속 진단키트는 혈액 한두 방울로 10분안에 육안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항체 진단키트의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29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항체 진단키트가 4분기 FDA에서 사용승인돼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유상증자 투자설명서에서 진단키트 매출을 2020년 3분기 5억3600만원, 4분기 51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디엔에이링크의 지난해 진단키트 매출은 8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4분기 3억원의 매출도 못 올린 셈이다.


또 2021년 진단키트 예상 매출은 834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항체 진단키트가 712억원(미국 600억원, 기타국가 120억원), 항원 진단키트 114억원이다. 그러나 디엔에이링크는 신청을 한 지 1년이 된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예상 매출도 사실상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는 "지난해 5월 신청한 코로나19 항체 진단키트 대신 일부 사항을 변경해 FDA에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서 미국 요양원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검체 수집과정이 까다로워 시간이 지연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에 회사도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최근 테스트당 가격이 10달러 아래인 점을 고려할 때 베이스10 제네틱스와의 계약조건도 일부 변경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FDA 허가가 지연되고 있지만 베이스10 제네틱스가 여전히 매수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엔에이링크의 유전체 사업부 매출도 마찬가지다. 디엔에이링크는 증권신고서에서 유전체 사업부가 2020년 185억3100만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매출액은 122억7600만원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디엔에이링크가 유상증자 성공을 위해 의도적으로 매출을 과대 포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당시 디엔에이링크는 증권신고서의 마지막 정정일이 12월1일에도 4분기 유전체와 진단키트 사업 예상 매출을 수정하지 않았다.

디엔에이링크의 장미빛 전망과 달리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결국 유상증자에 참여한 일반 주주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 23일 주가는 5370원으로 유상증자 발행가액(1만1600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최대주주 '에이티넘'과 채권자만 '대박'
지난해 디엔에이링크의 주가 급등의 최대 수혜자는 최대주주였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전환사채(CB) 채권자들이다. 디엔에이링크는 경영은 이종은 대표가 맡고 있지만 2017년 11월부터 최대주주는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이하 에이티넘)이었다. 2019년말 기준 에이티넘은 17.9%(182만여주), 이종은 대표는 6.1%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이티넘은 지난해 4월 공시 이후 코로나19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자 5월부터 주식을 장내매도하기 시작했다. 5~8월 총 132만여주(10.7%)를 평균 7450원 수준에서 장내매도했다. 이후 디엔에이링크의 주가가 더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은 50만주의 매도가격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에이티넘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최대주주는 이종은 대표외 4인으로 변경됐다.

디엔에이링크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시점은 에이티넘과 CB 채권자,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모두 정리한 때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종은 대표는 본인의 주식을 장내 매도한 뒤 다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종은 대표의 현재 지분율은 4.59%(75만여주)다.

업계 한 관계자는 " 디엔에이링크가 증권신고서에서 FDA 승인의 불확실성을 기재했지만 이종은 대표가 직접 언론에 FDA 승인 예상 시점을 밝혔었다"며 "올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예상 매출에 대해서 회사가 다시 한번 주주들에게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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