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애한테 위험한 행동 시키면…" 세계 첫 AI 규제안 나왔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4.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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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주요국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포괄적·구속력 있는 규제안을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AI가 사람의 안전이나 인권에 위협을 가하는 걸 막는 게 핵심이다. 실제 도입까진 수년이 걸릴 수 있으나 앞으로 국제 기준을 확립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안면인식·알고리즘이 자유·인권 침해 못 하게
로이터 등에 따르면 EU의 행정부인 EU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사람들의 안전, 생계, 권리에 위협이 되는 AI 시스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EU는 규제 목적이 AI에 의한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걸 막는 데 있다며 '인간 중심' 원칙을 강조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디지털 시대 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EU 시민의 안전과 기본적 권리가 (AI 의해) 위협되면 개입하는 게 우리의 규칙"이라 밝혔다.

규제안은 AI의 위험을 단계별로 분류했다. 정부가 AI를 사용해 개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걸 가장 위험한 단계 중 하나로 꼽았다. 얼굴 인식 등 생체 인식이 포함되는 AI 기능 대부분은 고위험으로 분류했다. 운수 등 중요 인프라, 로봇을 이용한 수술, 기업의 채용활동 시 사용되는 AI도 규제 대상으로 뒀다.



사람의 행동을 조작하거나 '심리적 또는 물리적 피해를 유발하기 위해 특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AI의 이용도 규제한다. 장난감 음성 기능으로 아이들에게 위험한 행위를 유도하는 경우 등이다. 알고리즘이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베팅 사이트 광고를 배치하는 등의 광고를 하는 경우도 규제 대상의 예다.

이와 함께 위험도가 높은 AI 제품·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회원국 정부가 지정하는 기관에서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초안에 담겼다. 적용지역은 EU 구역이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00만 유로(약 400억원) 또는 전 세계 매출액의 6%를 벌금으로 물릴 수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디지털 시대 담당 부집행위원장 21일 기자회견/사진=로이터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디지털 시대 담당 부집행위원장 21일 기자회견/사진=로이터
글로벌 기업도 영향…"규제 더 촘촘해야" vs "혁신 막힐 수 있어"
EU가 내놓은 이번 규정은 규제안 초안으로, 실제 집행까지는 EU 내 각 이사회의 심의와 유럽의회 및 각 회원국 별 승인 등 많은 절차가 남았다. 도입까지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EU의 발표가 중요한 건 주요국 중 처음으로 나온 AI 관련 구속력 있는 포괄적 규제안이란 점에서다. 이 규정은 EU 역내가 적용 대상이지만, EU 내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든 회사에 적용된다. 예컨대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EU 안에서 사업을 할 때 이를 지켜야 한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관련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지침 설정에 기준이 될 수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이번 규제안이 "얼굴 인식, 자율주행, 온라인 광고, 자동 채용, 신용 채점 등을 아우르는 알고리즘 등 현재까지 AI를 규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국제적 노력"이라며 "유망하지만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기술들에 대한 글로벌 표준과 규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디지털 권리 비영리 단체인 엑세스 나우의 유럽 정책 분석가인 대니얼 로예버는 와이어드에 "전세계적으로 특정 AI의 사용이 민주주의, 법치, 기본권 등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며 "제안에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잠재적으로 해로운 기술의 사용을 점검하기 위한 중요한 행보를 나타낸다"고 했다.

반면 규제가 혁신을 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EU의 규제를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지만 규제 혁신이 저해될 우려도 있다"며 "진화하는 기술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와 사회의 이익으로 연결시키는 게 관건"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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