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백신특허 풀라"…복제약 생산해 같이 살자는 국제사회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권다희 기자, 윤세미 기자 2021.04.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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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 적자생존…'K자 회복' 경고(下)

'백신 부자' 美, 경제 건강 되찾아…신흥국은 골병
"美·英 백신특허 풀라"…복제약 생산해 같이 살자는 국제사회


세계경제가 코로나19(COVID-19)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G2'(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은 재정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힘입어 급속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사정이 다르다. 회복의 쏠림은 부작용 걱정도 낳는다.

◇부양책·백신이 경제 회복 여부 갈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7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은 6.0%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했던 5.5%에서 0.5%포인트 올려잡았다. 글로벌 경기 회복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미국과 중국이다. IMF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8.4%(0.3%포인트↑), 미국 6.4%(1.3%포인트↑)로 전망했다. 반면 유로존(4.4%)과 일부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 대비 소폭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광범위한 코로나19 백신 보급, 대규모 재정 지원책 등으로 빠른 경기 회복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지난달 1조9000억달러(약 21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켰고, 하루 평균 약 3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이미 인구 40%가량이 백신 접종을 1회 이상 받았다. 코로나 충격을 가장 먼저 겪은 중국은 지난해 초부터 공격적인 부양책을 쏟아냈다.



◇G2 회복이 전세계 경기 회복 견인할 수도

미국과 중국의 경제 회복은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 다른 나라들의 경제 회복을 견인할 수도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8%와 17.4%다. 미국 내 소비 증가는 미국으로 수출을 하는 국가들에게도 호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보험금융회사 알리안츠와 세계 최대 무역신용보험사 '율러 허미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경기 부양책만으로도 향후 2년 동안 베트남 국내 총생산이 1.4%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코로나19로 관광업에 큰 타격을 입었던 베트남이 경제적 고통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으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태국 역시 올해 수출이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경기부양책은 올해 미국 GDP를 전염병 이전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데 도움 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무역 파트너국들에게도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英 백신특허 풀라"…복제약 생산해 같이 살자는 국제사회
◇어쩔 수 없이 금리 올리는 '신흥국 딜레마'

하지만 일부 국가로 집중된 경제 회복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으로 돈이 쏠리면서 신흥국 자본 유출이 빨라지고,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의 부채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수익률)가 상승하면서 자금 유출을 우려한 일부 신흥국들은 금리를 올렸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2.0%에서 2.75%로 지난 3월 올렸고, 터키도 기준 금리를 17.0%에서 19.0%로 인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자본 국외 유출을 우려해 금리를 올리지만 이미 경제가 취약한 상태에서 차입원가가 올라 해당 국가들의 경기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전세계적으로 균등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글로벌 공공투자이자 경제정책이 될 것이라 본다. 빅토르 가스파 IMF 재정부문국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요 경제대국에서 잡히더라도 개발도상국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모든 나라가 계속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전세계적인 예방 접종에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지연·권다희 기자

먹고 사는 물가만 올랐네…'인플레'도 K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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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물가 상승세마저 'K자'를 그리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는 아직 각국 중앙은행들의 목표에 못 미치나 식료품·연료 가격 등이 상대적으로 더 올라 저소득층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주 미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하며 전달(1.7%) 상승률을 웃돌았다. 높은 상승률을 주도한 건 연료와 식품이었다. 에너지 가격이 13.2% 올랐고 그 중에서도 생활에 밀접한 휘발유 가격이 22.5% 급등했다. 육류(어류, 달걀 등 포함)가 5.4% 뛰며 식품 가격도 평균 3% 이상 올랐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1.6%)과 차이가 크다.

식품 가격이 CPI보다 더 크게 뛰는 추세는 팬데믹 이후 이어져왔다. 이런 추이는 전세계적으로도 유사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곡물, 육류, 유제품, 설탕 등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상승했는데, 이는 '식량 위기'가 찾아왔던 2008년 이후 가장 긴 증가세다. 곡물 가격지수는 하락했지만 육류, 유지류, 유제품 가격이 더 올랐다. 팬데믹으로 생산·물류에 차질이 생긴 데다 이상기후까지 겹친 여파로 풀이된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가격 상승세는 팬데믹으로 경제적 기반이 불안정해진 저소득층에 더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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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소득계층별 소비 습관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에 들어가는 품목을 재구성해 분석했는데, 이 결과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이 가장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가 CPI를 기반으로 블룸버그가 재구성한 물가상승률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득 상위 10%의 물가상승률은 0.986%로 중위소득의 물가상승률(1.749%)을 크게 밑돌았다.

앤드류 허스비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평균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가구는 식품, 의료, 집세 등이 예산에서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다"며 "최근 몇 년간 (고소득층이 덜 쓰는 항목의 물가가) 더 큰 상승률을 보였고 지난해 특히 더 그랬다"고 했다.

연방준비제도는 물가상승률이 올해 봄 높아진 뒤 연말 다시 둔화할 거라 보지만 일각에선 이 물가상승 압력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공급망 문제, 운임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올해 내내 물가상승 압력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와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더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권다희 기자

혼자 살려다 다 어려워져…코로나 양극화, 필요한 건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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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들간 그리고 국가 내에서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이를 풀려는 논의도 달아오르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세금' 카드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 자연스레 흘러가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큰돈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또 동시다발적인 접종률 상향을 위해 코로나19 복제 백신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도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위로 흘러간 자금…부유세 논의 후끈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일시적인 부유세 도입을 제안했다. IMF는 지난해 각국의 16조달러(약 1경770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없었다면 경제적 피해가 3배나 심각했을 것이라며,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정부가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교육 △의료 △사회 안전망 등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각국 정부가 낭비적 지출을 막고 일회성 부유세 등을 도입해 재정 악화를 피해야 한다는 게 IMF의 지적이다.

유엔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유엔 포럼에서 "지난 1년 동안 소득 최하위층의 상황은 점점 나빠졌지만 세계 최고 부자들의 자산은 5조달러(약 5500조원) 급증했다"면서 일시적인 부유세 또는 연대세를 검토하자고 했다.

이미 부유세는 여러 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등을 중심으로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워런 의원은 자산이 5000만~10억달러(550억~1100억원)인 가계에 연간 2%의 세금, 그 이상인 가계에 3% 세금을 부과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앞서 영국의 부유세위원회는 지난해 말 50만파운드(약 7억8000만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5년 동안 매년 1%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부유세 재도입 주장이 나온다. 남미 일부에선 이미 부유세가 도입됐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자산이 2억페소(약 46억원) 이상인 부자들을 대상으로 일회성 부유세를 매겨 코로나19 대응 및 서민 지원에 쓰기로 했다.

물론 부유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곱지만은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부유세 도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며 이 경우 부유층의 조세 회피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국이 자국 법인세율을 올리려는 것과 동시에 국제 사회에 '최저 법인세율'을 제안하자 세계적으로 관련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부양책을 준비하면서 이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을 올리려고 한다.

"美·英 백신특허 풀라"…복제약 생산해 같이 살자는 국제사회
◇나만 살려다 다 어려워진다…"백신 특허 풀라"

백신 양극화는 나라별 회복 격차를 심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접종률에 따라 경제활동 정상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특정 국가들에 쏠리면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통한 변이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커지고 결국 세계적인 팬데믹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신속하면서도 광범위한 백신 보급이 절실한 이유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개발국인 미국과 영국을 향해 코로나19 백신 특허권을 일시 면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다른 제약사들이 백신 제조법을 공유해 일종의 복제약을 생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전직 세계 지도자와 노벨상 수상자 175명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백신 노하우와 기술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공유할 수 있도록 특허권을 일시 유예해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듀크대가 1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는 인구수 2배에 이르는 충분한 백신을 확보했지만 세계 인구 비중이 가장 큰 중저소득국들은 인구 대비 백신 확보량이 12%에 그친다.

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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