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프에 러시아산 도입설까지, 백신국면 점입가경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4.2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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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스펀=AP/뉴시스] 2020년 12월21일 미국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이틀 뒤 콜로라도주 도시의 한 커뮤니티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2021. 1. 3. [애스펀=AP/뉴시스] 2020년 12월21일 미국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이틀 뒤 콜로라도주 도시의 한 커뮤니티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2021. 1. 3.


코로나19(COVID-19 ) 백신 국면이 점입가경이다.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가능성에 지자체발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까지 나온다. 그만큼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증거다.



한미 백신스와프, 주고받을 백신은?
22일 백신업계에 따르면 양국 백신 스와프가 실제 성사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먼저 줄 백신 윤곽은 어느정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스와프의 거래 개념은 미국에 약정된 환율로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온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 스와프'에서 따왔다. 미국으로부터 먼저 백신을 받고 한국이 나중에 갚는 방식이다. 달러 수급 불균형이 당시 통화 스와프 배경이었던 것 처럼 현재 한국의 백신 수급이 그만큼 긴박해진 셈이다.



미국은 남는 쪽인 만큼 우리에게 줄 백신 옵션이 다양하다. 업계에서는 우선 미국에서 개발된 모더나, 화이자 백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에 지금까지 공급 확정된 두 백신의 물량은 약 11억회분(약 5억5000만명분)으로 파악된다. 미국 인구 약 3억3000명을 넘어선 규모인데다 이미 미국 성인 절반 이상인 약 1억3000만명이 1회 이상 접종을 끝내 두 백신 물량만으로도 미국은 여유가 있다. 게다가 자국 기술로 생산하는 만큼 추후 이들 백신의 생산물량 조정도 쉽다.

영국이 개발한 AZ백신도 가능하다. 미국은 이 백신에 대한 사용 승인 없이 상당량을 비축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서는 승인이 안났지만 한국에서는 30세 이상 접종이 가능해 스와프 거래가 성립될 수 있다. 지난 달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AZ백신을 빌려준 뒤 다시 돌려받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자국 내 물량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백신이 부족한 한국은 당장 줄 백신이 없다. 결국 한국 자체생산 등으로 물량이 늘어나게 될 '미래'가 담보다. 확정되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방안을 짜내야 한다.


우선 노바백스 백신이 물망에 오른다.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61,700원 ▼300 -0.48%)가 생산하는데 노바백스측으로 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한다. 판권도 가지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물량 결정권이 없는 단순 도입백신이나 기술이전 없는 위탁생산 백신과는 다르다. 미국으로부터 스와프를 통해 받은 백신으로 수급 숨통을 일단 틔우고 추후 노바백스 물량을 자체적으로 늘려 갚을 수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가정과 추측 수준이지만, '제 3의 백신'도 카드로 올라올 수 있다. 지난 15일 정부발 '8월 해외 승인 백신 대량생산' 언급 관련이다. 정부는 당시 "국내 A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 계약 체결이 현재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8월부턴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 3의 백신으로는 미국 모더나 백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2000만명 분 국내 도입이 예정된 데다 해당 물량의 유통사도 국내 핵심 백신 생산사인 GC녹십자 (125,200원 ▼200 -0.16%)가 맡게된 상태다. 러시아 개발 백신 코비박도 국내 대량생산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 백신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이를 받아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지자체발 러시아산 백신 도입 검토 언급까지
(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자원 봉사자들을 만나 자국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스푸트니크V 백신을 200만명에게 2차 접종까지 마쳤다고 밝히고 있다.  (C) AFP=뉴스1  (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자원 봉사자들을 만나 자국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스푸트니크V 백신을 200만명에게 2차 접종까지 마쳤다고 밝히고 있다. (C) AFP=뉴스1
지자체에서는 러시아 백신 도입설까지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스푸트니크 V 백신의 경기도 도입 가능성을 언급해서다. 연초부터 백신 업계 등을 통해 거론된 가능성이 이제 지자체장의 입을 통해서도 나온다.

스푸트니크V는 현재 국내 생산체제가 갖춰진 상태다. 이미 상업생산 물량 출하가 목전인 곳도 있다. 한국코러스는 지난 20일 스푸트니크V 백신 2차 접종분 밸리데이션 배치(Batch·생산분) 물량을 출하해 러시아로 출항시켰다. 지난 달 1일에는 1차 접종분에 대한 밸리데이션 배치 물량을 출항시킨 바 있다.

밸리데이션이란 의약품 제조 공정이 설정된 규격에 맞게 균질하게 생산되고 있는지 보증하는 절차다. 의약품 수탁 생산을 위한 마지막 단계로, 상업 생산 물량의 출하를 눈앞에 둔 셈이다.

아울러 휴온스그룹의 지주사 휴온스글로벌 (23,100원 ▲150 +0.65%)은 지난주 러시아 국부펀드(RDIF)와 스푸트니크 V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양사 물량은 국내 위탁생산으로 현재까지는 모두 해외 수출용으로 제조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스푸트니크V의 허가 검증절차는 물론, 허가 신청 조차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신 수급 불안이 갈수록 커진 가운데 스푸트니크 V를 허가해 수급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이 나왔던 것도 이처럼 국내 생산여건이 마련돼서였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진지한 논의는 없었고, 방역당국도 앞서 '8월 국내 대량생산'의 대상 백신이 스푸트니크V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 지사의 스푸트니크 V 경기도 도입 관련 언급은 이 같은 가운데 나왔다. 안정성이 확보되고 구매 가능성이 검증되면 가장 먼저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자체장이자 잠재적 대선 후보로 통하는 인물의 발언인 만큼 스푸트니크V 국내 허가 이슈가 이전보다 더 주목받게된 이유다.

이 백신은 일단 세계적 의학 저널 랜싯을 통해 코로나19 예방에 91.6%의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치명적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고 접종 가격도 화이자·모더나의 절반 수준이다. 영하 18도에서 보관이 가능해 영하 70도 이하 초저온 유통도 필요없다.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다만, 랜싯이 공신력 있는 의학저널이지만 게재된 논문만으로 입증이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스푸트니크V가 국내 허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학술잡지의 연구결과가 있는 것과 실제 백신 사용을 위한 행정 절차를 통과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나 EMA(유럽의약품청)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 환자 관련 데이터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고 제공돼야 하며 정부기관이 임상시험 참여자와도 접촉해서 확인이 가능해야 하는데 스푸트니크V는 관련 데이터가 전혀 공개돼 있지 않다는 것. 임상 결과가 일방적으로 발표된 데다 러시아 내 접종자들의 부작용 여부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신뢰 문제는 국내 허가가 된다 해도 접종률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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