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과 다른 코스닥 1000포인트의 의미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김영상 기자 2021.04.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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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욱 코스닥시장본부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홍순욱 코스닥시장본부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지금의 코스닥은 20년 전 코스닥과 다릅니다."

지난 12일 코스닥은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9월 이후 약 21년 만이다. 반짝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8거래일째 1000선을 지키고 있다. 20년 간의 체질 개선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홍순욱 코스닥시장본부장은 20년 전의 코스닥과 현재의 코스닥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양적, 질적 성장을 모두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충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했지만 기관 수요에 따라 기업들이 좀 더 큰 자본시장 플랫폼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찾고 있다.

코스닥 지수 1000포인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1000포인트를 넘어 2000포인트로 나아가기 위한 거래소의 과제와 계획은 무엇인지 홍 본부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2000년 닷컴버블 이후 20년 만에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1996년 7월 코스닥이 출범하고 2004년 말 코스피와 KRX(한국거래소)로 통합되기 전까지 코스닥은 말 그대로 '도떼기 시장'이었다. 그 때는 제대로 상장심사도 어려웠다. 수많은 기업이 상장하고 상장폐지도 부지기수였다. '30일 상한가' 등 현재는 상상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통합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금조달과 투자자 보호가 양립하는 결과를 낳았다. 거래소 내 코스닥의 위상도 높아졌다. 과거 코스피→파생상품→코스닥 순이었던 수입 순위는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으로 변했다. 거래 규모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직 코스피 상장기업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도 있다. 내부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과 달리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공시나 상장업무에 있어 미숙함이 있다. 코스닥시장본부가 코스피시장본부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큰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현재 기술특례상장 간소화를 추진 중인데 추진 배경과 대략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기술특례상장 간소화는 기업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앞서 코스피가 시가총액 1조원 단독 상장 요건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총 1조원이면 적자여도 상장시키겠다는 계획인데 코스피 입장에서는 처음이다. 코스닥에서는 이미 적자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 더불어 기술특례상장 간소화를 통해 혁신기업들의 상장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시총 5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2개 평가기관에서 받아야 했던 기술평가를 1개 평가기관에서 A등급 이상 받으면 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코스피 1~3위인 셀트리온 (177,400원 ▼2,100 -1.17%)씨젠 (21,900원 ▼300 -1.35%)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시총 상위주들의 이탈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셀트리온과 씨젠 등 시총 상위주들이 이전 상장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겨우 회복한 1000포인트가 또 무너질 수 있다. 코스닥시장본부에서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코스닥시장본부가 무작정 못 가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장기업 입장에선 철저히 비즈니스 영역이다. 정서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일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코스닥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코스닥 관련 지수도 활성화가 필요하다. 코스피200지수 선점 효과에 코스닥150지수가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예비 상장후보인 비상장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VC(벤처캐피탈)협회도 자주 만난다. 아무래도 상장에 있어 투자회사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코스닥과 관련해 제약바이오 업종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코스닥 시총 중 제약바이오 비중은 20% 정도다. 코스닥 시장의 색깔이 좀 더 다양해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증권시장의 노력으로만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그린뉴딜과 스마트뉴딜 등이 역할을 해주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시장 흐름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혹자는 '대학교 인기 학과에 따라 상장기업들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과거에는 전기공학, 물리학에 인재들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의학에 몰리면서 제약바이오 상장기업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코넥스가 2013년 출범 이후 여느 때보다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코넥스 시장 침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2016년 이후 신규 상장기업 수가 급감하는 추세다. 그래도 138개 중에서 단 1주 이상이라도 거래된게 115개 정도 되니깐 시세형성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장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코스닥시장본부에서도 활성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투자자 측면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도 있고, 상장기업에 주는 혜택 등이 있을 수 있다.

코넥스는 상속증여세법상 상장기업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세금 부분은 상장기업 취급을 못 받는다. 이런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에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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