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똥'…캐롯손보, 쓴 만큼 보험료 내는 서비스 중단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1.04.2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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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캐롯손보사진=캐롯손보


캐롯손해보험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의 유탄을 맞았다. 수급이 꼬이면서 핵심 기기의 생산이 중단돼 당분간 신규 가입자에게 쓴 만큼 보험료를 받는 상품을 정상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지난 3월부터 신규 가입자에게 운행 데이터 측정 장치인 '캐롯플러그' 제공을 중단했다.

캐롯손보는 매월 탄 만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고객이 주행 거리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는 기존 자동차보험과 달리 캐롯 플러그라는 기기를 활용한다. 고객이 이 장치를 자동차의 시거잭에 꽂으면 실시간으로 주행거리를 측정한 후 자동으로 보험료를 산출해 준다. 보험료를 매월 쓴 만큼 후불로 내는 '월정산형'을 택한 고객은 이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필수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전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난달부터 캐롯 플러그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결국 캐롯손보는 주행거리 측정 방식을 임시로 조정했다. 매월 일단 500㎞ 기준으로 보험료를 계산해 낸 후에 나중에 캐롯 플러그가 제공되면 그때 주행 거리를 다시 측정하고 보험료를 환불해 주거나 추가로 받는 식이다. 사실상 당분간 월정산형 서비스는 중단되는 셈이다.

캐롯손보는 이 같은 사실을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가입을 위한 보험료를 계산할 때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캐롯손보가 설계사 없이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보험사다 보니 신규 가입을 하려는 고객들은 보험료 산출 방식 등에 혼선을 겪고 있다. 특히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장점은 주행거리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것인데 당분간 일일이 사진을 찍어 보내는 방식을 쓰고, 보험료를 더 내거나 돌려 받는 사후 정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품의 대표적인 장점이 퇴색했다는 것이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려 던 한 고객은 "매월 후불로 보험료를 내는 방식 자체가 아직 낯선데 주행거리 측정기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니 나중에 사후 정산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헷갈린다"며 "일시적이긴 하지만 기존 보험사의 상품처럼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도 번거로워 이 상품만의 장점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초 출범해 지난 2월 기준, 퍼마일 자동차보험 가입자 12만명을 모았다. 아직 시장점유율(M/S)은 미미하다. 적극적인 고객 유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표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캐롯손보는 6월 이후에나 캐롯 플러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캐롯 플러그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수급 일정이 지연되면서 현재는 '퍼마일2 정산'이라는 임시 특약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6월경에는 수급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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