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챙겨 먹기 힘든 치매환자, 이젠 '패치제' 붙인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4.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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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챙겨 먹기 힘든 치매환자, 이젠 '패치제' 붙인다


그동안 '먹는 약'이 주류였던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아이큐어 (1,912원 ▼27 -1.39%)셀트리온 (172,000원 ▼6,600 -3.70%) 이 공동개발한 치매 치료용 패치제로 당국 승인을 얻은 이후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큐어는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용 도네페질(Donepezil) 패치제인 '도네시브패취'(도네리온패취)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은 약 2900억원으로 이 중 도네페질 성분의 경구약이 약 80%인 23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다국적 제약사 에자이의 '아리셉트', 복제약인 대웅제약의 '베아셉트' 등이 있다. 또 업계에선 1일 1회 복용하는 치매 처방의약품 도네페질의 세계 시장 규모를 약 1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알약 형태의 먹는 약인 경구제는 중증 치매환자의 경우 환자 스스로 약을 먹기 어렵고 약을 삼키지 못하는 사례도 있어 복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주 1~2회 몸에 부착하기만 하면 약물이 투여되는 패치제 개발에 나섰다. 패치형 치료제는 복약 시간, 횟수를 기억하기 어려운 치매 환자에게 약물을 제때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루 한 번 붙이는 리바스티그민 성분의 패치제가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도네페질 성분 패치제는 제형 개발이 어려워 아직까지 경구제로만 상용화된 상태다. 아이큐어·셀트리온의 '도네시브패취'가 식약처 승인을 받게 되면 세계 최초의 도네페질 패치제가 된다.

아이큐어는 셀트리온과 공동으로 한국, 대만, 호주, 말레이시아 등 4개국 약 400명의 경증 및 중등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24주동안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아이큐어와 셀트리온은 각각 자체적으로 임상을 성공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허가절차에 돌입했다. 또 아이큐어는 올해 상반기 내에 미국 임상 1상 IND(임상시험계획)를 신청할 예정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간 경구형 치료제를 생산하는 에자이를 포함 다양한 제약사에서 도네페질 패치제를 개발하려고 했지만, 도네페질은 분자 구조상 패치제 전환이 어렵고 약물 용량이 많아 요구 면적이 커지는 등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큐어는 패치설계, 방출제어, 피부투과율 등을 동시에 제어하는 방출 조절성 경피약물전달시스템(TDDS)을 적용해 패치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다른 기업들도 도네페질 패치제 시장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앞다퉈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코리움(Corium)도 도네페질 패치제인 코플렉스(Corplex)를 개발해 2020년 1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현재까지 이후 진행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는 코플렉스 관련 2020년 11월 추가 임상을 시작한 상태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대웅제약 (110,100원 ▼2,600 -2.31%), 동아에스티 (67,700원 ▲800 +1.20%), 보령제약 (10,980원 ▼210 -1.88%)-라파스 등이 도네페질 패치제를 개발하고 있다. 모두 임상 1상 단계로 주 2회 부착해야 하는 아이큐어 제품과 달리 주 1회 부착으로 편의성을 높이거나 미세돌기를 활용해 성분 전달률을 높이는 차별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19년 7월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고 'DWJ1365'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도네페질 패치제 'DA-5207'의 임상 1b상을 지난해 진행하고 현재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한 번 부착하면 일주일 동안 효과가 지속돼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보령제약은 바이오 벤처기업 라파스와 'BR4002'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친수성 약물 성분 전달률을 극대화시킨 마이크로어레이(미세돌기) 패치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는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이 연 평균 8.6% 증가해 2025년에는 36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노인환자가 증가하면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수는 2018년 53만명에서 2030년 96만명으로 연 평균 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패치형 치료제는 부착만으로 약물 투여를 관리할 수 있어 환자들의 복약이 쉬울 뿐 아니라 질환을 관리하는데도 효과적"이라며 "상용화가 되는 즉시 의료진과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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