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 만드는 ㈜한화, 탄소배출권으로 돈 번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4.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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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 만드는 ㈜한화, 탄소배출권으로 돈 번다


화약 제조 기업인 ㈜한화가 화약 원료인 질산 생산 공정에서 남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매출액을 늘린다. 화약과 무역 사업을 합친 글로벌 부문의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낸다.



20일 ㈜한화에 따르면 ㈜한화 글로벌 부문은 이번에 착공하는 여수 질산공장에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설치해 2024년부터 탄소배출권 판매 규모를 현재의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한화는 2023년까지 총 19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40만t(톤) 규모의 질산공장을 건설한다고 전날 밝혔다.

질산은 화약과 폴리우레탄 등을 만드는 원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세정용 소재로도 쓰여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한화의 질산공장 투자는 반도체 세정제 등 정밀화학분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환경 사업 확대의 의미도 크다.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CDM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UN이 주도하는 국제표준 등록제도다. 온실가스를 할당량보다 감축하면 탄소배출권(CER)을 받을 수 있다. 확보된 탄소배출권은 국내외 배출권 거래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한화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존에 질산을 생산하던 울산 온산공장에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설치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배출권을 판매해왔다. 질산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아산화질소(N₂O)인데 지구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C₂O)의 약 300배에 달한다. ㈜한화는 이를 획기적으로 감축해 지난해엔 탄소배출권 판매로 인한 연매출 120억원을 달성했다.

이번에 착공하는 여수공장은 온산공장의 질산 생산량(12만t)의 3.3배 규모다. 생산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매년 변동적이기 때문에 매출액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선 여수공장의 탄소배출권 매출액을 2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권 사업은 저감설비 설치 외에 별도 비용 없이 이익만 발생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여수공장의 연 기대 영업이익은 200억원 내외로 예상되는데 탄소배출권으로 인한 기대 수익까지 포함하면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뛸 전망이다.

㈜한화 외에도 휴켐스, 에코프로 등의 기업들이 아산화질소 저감을 통한 CDM 사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국내 1위 질산 생산업체인 휴켐스는 질산 공장에 저감 설비를 설치해 매년 온실가스 발생량의 96%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부문에서만 전체 영업이익의 39%를 차지하는 374억원을 거뒀다.

대기 환경 및 이차전지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는 아산화질소 제거 촉매를 자체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티엔지를 비롯한 중국 6개 질산 업체와 아산화질소 감축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프로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2023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100만톤의 탄소배출권을 받게 된다. 이를 한국 배출권 시장에 판매하면 10년간 연 매출이 300억원씩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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