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디스카운트' 벗자…지주사들이 달라졌어요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1.04.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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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디스카운트' 벗자…지주사들이 달라졌어요


'만년 저평가' 지주사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룹 큰 형님인데도 불구하고 사업회사 대비 별다른 특징이 없어 시장의 관심을 못 받던 과거를 청산하고 각자 자기 사업을 진행하며 주가 재평가를 꾀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 (26,850원 ▲300 +1.13%)는 전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세정용 소재로 쓰이는 질산 사업 투자를 늘린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3년까지 총 1900억원을 투자해 현재 12만톤인 질산 생산규모를 2023년 52만톤까지 키운다.



증설 예정인 40만톤 중 18만t은 반도체용 고순도 제품 및 정밀화학 제품, 13만t은 한화솔루션의 폴리우레탄 제조용도, 9만t은 산업용 화약에 활용한다.

이번 투자로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질산-DNT-TDI'로 이어지는 질산 밸류체인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꾀한다. 반도체/전자소재 등 신소재 사업은 물론 질산 공장에 온실가스 저감 시설을 설치해 탄소배출권 사업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만년 디스카운트' 벗자…지주사들이 달라졌어요
증권가에서는 만년 저평가 상태였던 한화의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한화 주가도 전일대비 1000원(3.18%) 오른 3만2450원에 마감했다.

지주사 역할에 그쳤던 한화가 '질산사업'이라는 자체 사업을 확보한데다 승계 관련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켰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지분 22.7%를 보유해 최대주주고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4.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2,910원 ▲40 +1.39%) 전무와 삼남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는 각각 1.7%씩 보유해 승계 핵심회사다.


시장에서는 그룹이 한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춘다는 시선이 많았다. 한화 가치가 낮아야 추후 다른 계열사 지분을 팔아 한화 주식을 매수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가 자체적으로 질산사업을 진행해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면 이같은 오해가 사라진다. ESG(환경·사회,·배구조) 이슈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질산 사업은 그룹 내 수요처가 정해져 있는 투자인데 이를 '한화'가 진행하면서 승계 관련 한화의 사업 잠재력을 의도적으로 억제한다는 투자자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한화솔루션 (23,800원 ▼850 -3.45%),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41,000원 ▼500 -0.21%) 등의 주가 상승에 비해 더뎠던 한화 주가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주식회사 장동현 대표가 SK의 파이낸셜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유튜브 캡처SK주식회사 장동현 대표가 SK의 파이낸셜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유튜브 캡처
다음달 인적분할을 앞둔 LG (77,900원 ▼1,200 -1.52%)도 주목을 끈다. LG는 91대9 인적분할을 통한 계열분리를 준비 중이다.

존속지주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 주력 계열사를 유지하면서 해당 분야 육성에 집중하는 투자회사로, 신설 지주회사인 LX홀딩스는 LG상사, 판토스, 실리콘웍스 등을 보유하며 플랫폼·솔루션 사업을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은 LG가 진행할 신성장 사업에 큰 관심을 보낸다. LG 주가도 이달 22% 상승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하반기 계열분리 후 신사업 발굴을 통해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주요 자회사 실적 호조, 뛰어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설 것"이라며 인적분할 관련 거래정지일인 4월29일 전까지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SK (161,300원 ▼700 -0.43%)는 이들보다 먼저 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SK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 직후 장동현 대표가 직접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겠다는 파이낸셜스토리를 공개했다. 첨단소재와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그간 "지주사가 저평가를 받은 것은 원치 않는 상품이 들어있는 선물세트였고 승계 이슈가 걸려 있어 오너 가족들이 주가가 올라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창업주에서 2,3세로 승계되면 대주주가 아닌 나머지 일가는 대주주의 '터널링(대주주가 굴을 파서 회사의 부를 개인의 부로 편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견제하게 되고 결국 가족들이 고루 지분을 가진 지주사 주가를 높이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저평가 상태를 벗으려는 지주사들의 노력이 더욱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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