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릿코인' 꺼낸다…각국 디지털화폐 논의 본격화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2021.04.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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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함께 디지털화폐 발행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금융산업 회의에서 "잠재적인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탐색해보고자 재무부와 영란은행이 새 태스크포스를 출범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브릿코인'(Britcoin)이라고 짧게 한 마디를 남겨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비단 영국뿐만이 아니라 디지털화폐에 대한 관심은 주요국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폐 상용화에 속도를 올리는 중국을 추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2월 관련 연구에 착수했고, 유럽중앙은행은 내년 중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일정을 내놨다.

선두주자 격인 중국은 베이징 등에서 '디지털위안화'(e-CNY)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내년 초 베이징올림픽에서 외국인에게도 이를 선보인다는 구상을 밝혀 격차를 벌리려 하고 있다.



CNBC방송에 따르면 리보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전날 보아오포럼에서 "베이징올림픽에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단과 방문객이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화된다면 외국인에게 중국의 디지털화폐를 시험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월가는 디지털화폐가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역할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화폐는 특성상 개인이 자신의 계좌를 통해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돈을 보낼 수 있어서다.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화폐가 의도하지 않은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디지털화폐가 받아들여지면 지금의 체계엔 광범위한 혁신이 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디지털화폐로의 전환을 반가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디지털화폐 2.0을 향한 질주가 시작됐다"며 "일각에선 여기에 새로운 우주 전쟁 혹은 냉전이란 대립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있지만 제로섬 게임일 필요는 없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시장의 파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디지털화폐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오히려 어떠한 중앙의 개입도 없는 민간 암호화폐의 장점이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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