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라인. /사진=머니투데이DB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공정에서 10㎚급(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서 5~7㎚ 기술의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첨단 IT 기기에 들어가는 고사양의 반도체다. 최근 자동차·스마트폰·TV·가전 생산라인 가동을 위협하는 반도체는 이런 고사양 반도체와는 종류가 다르다. 기술로는 30~50㎚대의 다소 뒤떨어진 공정으로 제조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도 저가형 범용 반도체의 일종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나 IT 제품에 들어가는 MCU 등은 외부에서 조달한다. 이런 반도체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술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가 굳이 뛰어들 이유가 없다.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를 두고 '제2의 와이어링 하니스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도 차량용 전선 와이어링 하니스를 만드는 중국 현지 생산라인이 멈춰서면서 국내 자동차 공장이 '올스톱' 됐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자동차 조립 초기 공정에 설치하는 부품으로 차종과 세부모델(트림)에 따라 배선 구조가 제각각이어서 호환이 불가능하고 종류 많아 관리도 어려워 거의 전량을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조달에 의존했다. 기술로만 따지면 범용 반도체처럼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생산업체가 없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첨단기술과 범용기술을 두루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DB하이텍 등 파운드리업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업계 한 인사는 "중견 반도체업체의 경우 자금력에서 정책적 지원 없이는 투자를 확대하기 쉽지 않다"며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선 이런 부분에서 정부가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