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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 드라마로 다시 만나는 힙한 현역

머니투데이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4.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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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빌레라'의 OST로 음악세계 재조명

최백호, 사진출처=스타뉴스DB최백호, 사진출처=스타뉴스DB




가수 최백호는 71세의 데뷔 44년차 레전드다.

하지만 과거에 무게를 둔 수식어 ‘레전드’만으로는 설명이 다 안 된다. 요즘도 어린 가수들 못지않게 그의 목소리를 자주 듣고 있으니 현역 레전드라 해야 좀 더 정확할 듯하다. 최백호는 최근 끝난 JTBC ‘괴물’, 그리고 12일, 13일 사실상 전반부 클라이맥스였던 tvN ‘나빌레라’에서도 노래로 등장하는 등 우리 곁에 현재형으로 존재한다.

‘괴물’에서 최백호는 OST 타이틀곡인 ‘The Night’를 불렀다. 재즈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이 곡은 격정적이고 웅장한 절정부가, 조근조근한 도입부, 엔딩과 교차하는데 ‘괴물’이 스릴러의 수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



드라마가 때로는 격정적이면서도 때로는 처연하고 쓸쓸하게 실종자에 얽힌 살인과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섬세하게 다뤄내는데 ‘The night’에는 이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OST 곡은 대개 드라마의 장면을 예쁘게 돋보이게 하는 정도 역할을 하지만 ‘The Night’은 ‘괴물’의 좋은 대본, 연출, 연기만큼이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함께 했다고 본다.

‘괴물’에는 ‘The Night’외에도 최백호가 에코브리지와 함께 기존에 발표한 ‘부산에 가면’도 삽입됐다. ‘나빌레라’에는 오랜 세월 품어온 꿈인 발레 도전에 나선 나이 일흔의 심덕출(박인환)이 알츠하이머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좌절하고 버텨내는 과정에 최백호의 ‘바다 끝’이 깔렸다.

'괴물', 사진제공=JTBC'괴물', 사진제공=JTBC
‘바다 끝’은 최백호가 내려놓음의 성찰과 정서를 담아 2017년 데뷔 40주년 기념 음반 '불혹'에 수록한 곡이다. ‘바다 끝’은 ‘나빌레라’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바다 끝’은 지난 연말 음악팬들을 뜨겁게 달궜던 ‘싱어게인’ 첫 회 25호 가수 이정권이 불러 프로그램에 이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게 만든 곡 중 하나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의 트레일러 홍보 뮤직비디오에도 콜라보돼 특히나 리얼 타임으로 자주 듣게 되는 최백호의 곡이다. 트로트 장르를 제외하면 최백호만큼 최근 발표곡을 이렇게 빈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년의 가수는 찾기 힘들다.

이는 삶의 깊은 정서에 대해 보편성을 획득한 최백호의 음악적 성취 때문이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영원한 청년 같은 그의 음악 행보와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최백호는 60대에 들어서도 이적, 린, 아이유, 카더가든 등과 무대에 서고 아이유, 조현아(어반자카파), 에코브리지, 스웨덴세탁소, 뮤지컬 배우 박은태 등과 음악 작업을 함께 했다.

물론 '불혹' 음반 타이틀곡을 함께 부른 주현미처럼 동 세대 가수들과 작업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류와 인디를 넘나들며 대중음악을 이끄는 젊은 뮤지션들과 꾸준히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이적 성시경 등과 신곡 발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양희은 정도를 제외하면 드문 일이다.

최백호는 ‘후배들이 가장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선배 가수’로 꼽힌다. 이는 그의 음악적 성취만이 아니라 물리적 나이를 뛰어넘는 정신과 태도의 한없는 젊음에 후배 가수들이 공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빌레라', 사진제공=tvN'나빌레라', 사진제공=tvN
이런 영원한 음악 청년 최백호는 2011년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방랑자’라는 곡을 함께 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라틴과 보사노바 장르의 ‘방랑자’를 시도하면서 이후 더 다양한 장르로 음악적 도전을 확대하는 행보가 펼쳐졌다.

‘방랑자’ 이전까지 최백호는 전통가요에 기반한 음악으로 기억됐다. 도라지 위스키를 마셔보고 싶게 만드는 ‘낭만에 대하여’나 데뷔곡인 발라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그리고 ‘영일만 친구’나 ‘청사포’ 등 한국 전통 정서의 히트곡들로 중장년층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방랑자’ 이후 갈수록 젊어지는 최백호의 음악 행보는 젊은 팬들을 만들어냈다. ‘바다 끝’과 ‘부산에 가면’은 장년층보다 젊은 층이 더 잘 알고 명곡으로 꼽는 경우가 많아졌다. 같은 세대 에게 구수한 정서의 대변자였던 최백호는 젊은 리스너들에게 삶의 보편적 감성을 짙게 갖춘 노랫말과 목소리가 존경스러우면서도, 어르신보다는 힙하게 느껴지는 형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요계가 세대와 취향별로 세분화된 상황에서 1970년대 전성기를 보냈던 70대 가수의 최근 곡들이 2021년에도 자주 들려지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연륜과 경력만으로 과거에 봉인된 채로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힙한 음악적 행보로 동시대의 음악인으로 영원히 인정받는 최백호는 어쩌면 모든 후배 가수들이 꿈꾸는 롤모델의 끝판왕일지도 모른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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