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계 '아카데미상' K-음압병동…6인 7각 팀플레이 빛났다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1.04.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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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국원자력의학원을 방문, 시범운영 되고 있는 모듈형 음압병동을 살펴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1.1.20/뉴스1  (서울=뉴스1)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국원자력의학원을 방문, 시범운영 되고 있는 모듈형 음압병동을 살펴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1.1.20/뉴스1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이동형 음압병동'이 디자인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 산·학·연·병·관·정에 걸친 국내 과학기술인들의 노력으로 이룬 쾌거로 평가된다.



카이스트는 19일 남택진 산업디자인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용 이동형 음압병동'(Mobile Clinic Module, MCM)이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디자인 부문에서 대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미국 IDEA,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음압병동은 병실의 공기압을 낮춰 병실 내부의 병원체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로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주최 측은 이동형 음압병동과 관련 "제품 디자인이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일에 얼마나 가치 있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카이스트 '핫라인' 가동…당장 필요한 방역물품 개발 과제 추려
2021년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수상작으로 소개된 이동형 음압병동(제품 사진 오른쪽). /사진=레드닷어워드 홈페이지2021년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수상작으로 소개된 이동형 음압병동(제품 사진 오른쪽). /사진=레드닷어워드 홈페이지
코로나19 확산은 우리 사회의 위기대응능력을 시험하는 계기였다. 과학기술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던 지난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이스트와 머리를 맞댔다. 당장 필요한 방역물품 개발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코로나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으로 정책 추진 체계를 갖춰나갔고, 대전 연구단지의 산·학·연·병 전문가들은 시급한 기술개발 과제를 추려냈다. 카이스트에서는 약 50여명의 교수들이 재사용 항바이러스 마스크, 능동통기형 스마트 방호복, 초고속 PCR 진단기 개발 등을 제안했다.


남택진 교수는 레고처럼 쉽고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이동형 음압병동 개발을 제안했다. 음압 프레임·에어 텐트·기능 패널 등 각 모듈을 조합해 단시간 내에 음압병동을 보급하자는 계획이었다. 음압병실 부족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뿐만 아니라 2차, 3차 재유행 때도 계속 반복될 만큼 대응이 시급한 문제였다.

이동형 음압병동 개발은 지난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한국형 방역패키지 기술개발사업'이 포함되면서 본격화됐다.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총괄했던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양성과는 이동형 음압병동을 포함한 방역물품 기술개발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위기로 촉발된 감염병 방역물품 수요를 선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산당국을 설득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예산사정은 어느 때보다 빠듯했지만, 총 400억원(사업기간 3년)의 예산을 확보했다.

'세상에 없던 제품' 만들기…의료계 소통·제작업체 협력·허가시간 단축 '팀플레이'
지난해 8월 시작된 시제품 제작은 4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끝났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보니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남택진 교수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큰 방향성은 물론 세부 디자인까지 큰 시행착오 없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시설을 직접 사용해야 하는 의료진들과의 협력이 중요했는데, 당시는 의료현장에 투입할 의료진도 모자란 때였다. 그러자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나섰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직원들은 시제품에 대한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취합하고, 피드백을 실시간 전달하며 현장에 꼭 필요한 병동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신성이엔지, 엑시아 머티리얼즈, 장우산업 등 시제품 제작에 참여한 협력업체들도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현장출동하는 방식으로 촉박한 납기시간을 지켜냈다.

남택진 교수는 "개발된 제품이 일종의 가건물에 해당하다 보니 건축 관련 허가도 받아야 했고, 내부 전자제품 인증, 특허 등 거쳐야 할 행정절차가 많았는데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 특허청 등의 적극적인 협조로 상용화 시점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부터 실제 코로나19 환자 치료 투입…수출 문의도 활발
이동형 음압병동은 지난 1월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지난 3월 중순부터 실제 코로나19 경증 환자에 투입됐다. 현재까지 2명의 환자가 이동형 음압병동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일부 대학병원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동형 음압병동 설치가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동남아시아 지역 등을 중심으로 수출 문의도 활발하다. 이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으로 이동형 음압병동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택진 교수는 "이동형 음압병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생화학, 방사능 관련 사고에서도 다용도로 쓰일 수 있다"며 "이동형 음압병동의 생산 효율성과 안정된 운영을 위해 엔지니어링 디자인 측면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와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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