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금융위 회초리 맞긴전에 '알짜저축銀' 매각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1.04.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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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 금융위 회초리 맞긴전에  '알짜저축銀' 매각


유진그룹이 4년 만에 유진저축은행을 KTB투자증권 (3,105원 ▼40 -1.27%)에 매각한다. 구조적인 레미콘 담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가운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규제강화 결정에 따른 철퇴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다.

19일 유진기업 (3,535원 ▼25 -0.70%)을 모기업으로 한 유진그룹은 저축은행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KTB투자증권은 유진저축은행 지분 100%를 소유한 특수목적법인(SPC) 유진에스비홀딩스 주식 1293만주(30%)를 현금으로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KTB금융그룹은 이번 인수로 소매부문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히게 된다.



유진그룹은 본입찰을 진행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유진저축은행 매각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매각금액은 731억8800만원으로 유진 제4호 헤라클레스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사모펀드)가 가진 유진에스비홀딩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번 인수금액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유진저축은행 전체 매각금액은 2440억원 규모다. 유진그룹은 2017년 말 유진저축은행(당시 현대저축은행)을 2101억원에 인수해 사실상 시세차익 없이 넘기게 됐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이번 매각에 대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시장변화를 주시하고 있고, 유관사업으로 확장 및 다양한 형태의 성장전략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레미콘 자료사진./사진=뉴스1레미콘 자료사진./사진=뉴스1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이 이번 매각을 결정한 데 대해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알짜기업을 매각했다. 레미콘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대주주 적격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난달에도 유진기업 등 20개 레미콘 업체가 레미콘 판매가격에 담합 사실이 적발돼 25억원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레미콘 담함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유진그룹이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계속 소유하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은 일괄적인 금액이 있지 않고 지역 업체별로 가격 결정권이 있다보니 담합이 쉽게 이뤄지는 구조"라며 "근절되기 어려운 사업구조인 만큼 앞으로 문제가 될 저축은행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9년 부당대출로 문제가 된 라이브저축은행(현 ES저축은행)처럼 검증 없이 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발생하는 일탈행위를 막기 위해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지난 2월 부적격자가 저축은행을 우회지배하는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해 수시로 살펴보기로 했다. 이른바 저축은행이 '사(私)금고화'되는 불건전 영업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유진저축은행은 업계 7위 규모로 매년 5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유진저축은행은 현금성 자산만 461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자본총계가 3927억원에 이른다. 강남 본점을 비롯해 목동, 송파, 분당 등 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자기자본비율)은 16.3%로 규제비율(7~8%)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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