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업계 유일의 여성 파트너 "섬세함이 무기"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1.04.20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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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유리천장, 이대로 괜찮나] 신선화 유니슨캐피탈 파트너 "술·골프 대신 철저한 사전준비로 승부"

신선화 유니슨캐피탈 파트너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신선화 유니슨캐피탈 파트너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업계 유일한 여성 파트너. 신선화 유니슨캐피탈 파트너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최근 여성 불모지로 통했던 IB(투자은행)업계에도 조금씩 여성 인력이 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최상위 임원인 '파트너'는 아직 그가 유일하다.



"파트너십 회사인 PEF에서 파트너가 되려면 회사에 지속 기여하는 것이 증명이 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투자처 발굴(Deal sourcing)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술과 골프로는 이길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걸로 승부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유니슨캐피탈 본사에서 만난 신 파트너는 온화한 인상을 풍겼다. 유리천장을 뚫고 초고위직에 올라선 여성 임원을 만날 때마다 느꼈던 '여장부' 포스 대신 특유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McKinsey & Company ) 입사를 시작으로 2006년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거쳐 2014년 유니슨캐피탈에 합류했다. △MBK파트너스의 웅진코웨이 매각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 △KKR의 OB맥주 인수 등 메가 딜에서 어드바이저리 역할을 맡으며 전략적 시각과 다양한 딜 아이디어를 키운 것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

"단순한 딜 소싱은 술 마시고 골프 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게 중요할 수 있지만 대기업 임원들도 본인 승진이 걸린 복잡한 딜은 달라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일 잘할 것이라는 신뢰와 확신이 있는 곳에 딜을 맡기죠. 그래서 미팅 때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딜 구조나 아이디어는 꼭 제시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죠."

여성 불모지로 꼽히는 PEF 업계에서 파트너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상호 신뢰가 필수인 바이아웃(BUYOUT, 경영권 인수) 거래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배려, 전체 시장을 읽는 전략적 사고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가 됐다.


투자 원금 대비 6배 차익을 거둬 PEF 대표 성공 딜 중 하나로 꼽히는 대만 밀크티 브랜드 '공차' 투자 역시 그의 딜 소싱 능력과 전략적 판단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유니슨캐피탈이 공차를 인수한 시점은 2014년, 공차가 한국에 론칭한지 3년 되던 해다. 식음료 프랜차이즈가 생존 기로에 서는 마의 3년, 공차도 매출이 두 자릿수씩 줄어들던 상황에서 그는 '재정비'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구조조정, 비용절감 대신 소비자 조사를 실시해 기존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프리미엄 모델을 기용하는 등 오히려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2016년에는 대만 본사를 인수하는 한편 17개국에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공차의 성공적인 매각 스토리는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의 케이스 스터디 교재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다.

신선화 유니슨캐피탈 파트너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신선화 유니슨캐피탈 파트너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유럽 식사재 1위업체 구르메F&B 투자 및 매각, 최근 회수 시동을 건 에프앤디넷 투자도 그의 장점 덕에 가능했다.

신 파트너는 "구르메F&B는 대표를 처음 만나기까지 6개월, 딜 할때까지 1년6개월, 총 2년이 걸렸고 에프앤디넷 딜 소싱도 1년반이 소요됐다"며 "창업자들을 만나 회사의 성장을 같이 고민하고 전략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자주 찾아가 신뢰를 쌓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PE업계도 뱅킹이나 리서치 쪽은 여성 주니어가 있는데 딜소싱 현장에서 난관을 만나면 쉽게 좌절한다는 것이다.

그는 "딜 소싱은 여자가 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하지 말고 자신만의 스파이크(Spike,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능력)을 찾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도 두 자녀의 엄마로서 힘들 때가 있었다. 10년전 골드만삭스 근무 당시 둘째 아이 때 임신성 당뇨를 앓는 상황에서 KKR의 오비맥주 인수 딜까지 자문을 해야했다. 다행히 회사 측 배려로 무사히 출산을 했고 임신 중 상무로 승진했다.

신 파트너는 "IB업계에 여성인력이 적은 편인데 육아휴직, 출산휴가를 보장하고 병원 갈 때도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 인력이 늘어나면 균형이 잡혀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더 좋은 투자 결과를 가지고 온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여성 이사가 의무화된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구색 맞추기'보다 다양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착한 사모펀드'를 꿈꾼다. 공차가 경영난에 시달릴 때 급여 삭감 대신 과감한 투자를 결단했듯 직원이 다니기 좋은 회사가 잘된다는 믿음이 있다.

신 파트너는 "내가 투자한 회사들이 질적 성장을 이뤄 임직원들도 부자가 되고 엑시트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희망사항"이라며 "사모펀드는 '먹튀' 자본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편견을 깨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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