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속도전"…더 강력한 車·배터리 동맹이 온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4.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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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테네시주 빌 리(Bill Lee) 주지사,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 GM 메리 바라(Mary Barra) 회장./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왼쪽부터 테네시주 빌 리(Bill Lee) 주지사,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 GM 메리 바라(Mary Barra) 회장./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앞으로는 시간 싸움이다.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간 파트너십 강화 사례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지난 주말 새 연달아 발표됐던 국내 배터리 업계와 글로벌 자동차 업계간 공장 설립 및 협력에 대한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합종연횡이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 떨치고 보란 듯…합작공장 설립 밝힌 GM·LG, 배터리 공동개발 밝힌 현대차·SK
지난 17일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손잡고 미국 내 제2 합작공장 투자를 진행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양사는 기존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테네시 스프링힐 제2 합작공장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연내 착공해 2023년 양산을 시작, 2024년 상반기까지 해당 공장에서 연 35GWh(기가와트시) 이상의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양사는 이미 오하이오주에 연 35GWh 규모 배터리 제1 합작공장을 건설중이다. 2공장이 완공되면 두 공장을 통해 연 70GWh 이상의 생산능력, 즉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100만대 분량 배터리를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6일에는 현대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이 공동으로 하이브리드카(HEV)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전동화 차량에 최적화한 파우치형 배터리를 개발해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게 목표다. 이 배터리는 현대차가 2024년 출시할 하이브리드 모델부터 탑재된다.



이같은 협력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역시 배터리 개발, 양산, 품질 검증 등 전 분야에 걸쳐 협력함으로써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위한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국내외에서 진행되던 소송을 모두 취하기로 합의했다. 연구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소송 부담을 떨친만큼 완성차 업체들과 더 많은 협력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품질 배터리 확보에 열올리는 완성차…배터리3사, 더 나올 호재는?
(왼쪽부터)현대자동차 최우석 전동화개발센터장, SK이노베이션 김유석 배터리마케팅본부장, 현대자동차 박찬영 파워트레인부품구매사업부장, SK이노베이션 이장원 배터리연구원장이 최근 현대차o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협력식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왼쪽부터)현대자동차 최우석 전동화개발센터장, SK이노베이션 김유석 배터리마케팅본부장, 현대자동차 박찬영 파워트레인부품구매사업부장, SK이노베이션 이장원 배터리연구원장이 최근 현대차o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협력식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합작사 설립이나 배터리 공동 개발은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사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요소인 △긴 주행거리 △짧은 충전 시간 △화재 안전성은 모두 배터리와 연관된 기술이다.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의 자그딥 싱 CEO(최고경영자)가 "더 나은 배터리를 반들 수 있다면 더 우수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건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를 미국의 친환경 정책 강화, 최근의 자동차 반도체 수급 대란은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 업계간 밀월 관계를 더욱 촉진시킨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기아간 인도네시아 내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양사 합작사 설립설은 2019년말부터 꾸준히 제기됐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까지 한국 기업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 올해 안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이노베이션도 소송 부담을 벗은 만큼 해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SK이노베이션이 2030년까지 시장점유율 8~10%를 가져갈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지난 2019년 폭스바겐과의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또 주 고객사인 포드 역시 올 초부터 꾸준히 "미국에 대량 배터리 제조 공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는 중이어서 향후 움직임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포드는 지난 2월 2030년까지 유럽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시키고 오직 전기차만 내놓는다고 밝혔는데 이같은 전략을 실현하려면 충분한 배터리 확보가 필수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갖고 있지 않은 회사다. 아직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합작사 설립 소식은 없으나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 움직임은 감지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삼성SDI와 차세대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될 원통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의 주 고객사인 BMW는 최근 배터리 자체 생산 대신 기존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SDI와 차세대 배터리 공동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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