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 공유, 누구를 만나든 빛나게 해주는 마성남

머니투데이 최재욱 기자 ize 기자 2021.04.1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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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원형질'이란 표현이 딱 어울렸다. 주위를 압도하고 휘어잡는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 게 아니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기운과 배려심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마성을 지녔다. 지난 15일 개봉된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 제작 STUDIO101, 티피에스컴퍼니)의 주인공 공유는 그렇게 특유의 스위트한 매력과 성실함으로 대한민국을 10여년 넘게 사로잡고 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공유는 ‘서복’ 개봉 직전 언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베테랑다운 노련함과 타고난 스위트함으로 영화 개봉을 앞둔 감회를 털어놓았다.



서복‘은 코로나19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으로 인해 개봉이 수차례 미뤄지다 극장개봉과 함께 OTT 티빙에서 동시 공개하는 방식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촬영 전 준비기간까지 합하면 1년 넘게 ’서복‘에 몸과 마음을 바쳤던 공유로서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나 공유는 어떤 문제가 다가와도 좋은 부분을 잘 찾아내는 ’초 긍정주의자‘였다.

“개봉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뻐요. 사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아 개봉을 못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라도 관객들을 만날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게 정말 감사하고요. 영화 개봉이 자꾸 미뤄지면서 기대치가 너무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긴 하지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행복하고요.”



공유는 ‘서복’에서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았다. 인류 최초 복제 인간 서복(박보검)의 경호 업무를 마지막 임무로 받으면서 뜻하지 않게 사건의 중심으로 끌려들어간다. 서복의 신비한 능력으로 자신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에 임무를 수락한 그는 뜻하지 않게 떠난 서복과의 여정 속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을 접하면서 고뇌하게 된다. 공유가 연기했기 때문일까? 기헌은 기존 액션블록버스터에서 봤던 정보국 요원과 결을 달리한다. 내면에 인간미가 살아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기헌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사실 좀 더 어둡고 거친 인물이었어요. 오죽하면 영화 속에서 서복이 ‘민기헌씨는 왜 만날 화만 내세요”라고 말했겠어요? 영화 촬영을 앞두고 대본 리딩을 하면서 감독님이 제 본 모습을 투영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동의했고요. 제 인간적인 면모가 담겨야 관객들이 기헌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앗어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교감할 때는 제 실제 모습과 흡사해요. 기헌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죠. 시나리오 처음 읽었을 때 애정을 갖게 된 시작점은 ’연민‘이었어요.’연민‘에서 모든 관계, 감정이 시작됐어요“


공유는 모든 대중들이 알다시피 ‘케미의 제왕’이다. 그 누구와 호흡을 맞추든지 ‘꿀케미’를 이루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까지 수많은 여자배우들과 차친 호흡을 보이며 상대배우를 빛나게 만들어주면서 자신도 빛나는 특이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자신보다 어린 남자배우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서복’에서 박보검과의 케미도 역시 '명불허전'이다. 영화를 보면 후배 박보검을 향한 배려와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공유는 ‘서복’ 이후 특별출연한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에서도 박보검과 연달아 호흡을 맞췄다.

“박보검은 정말 좋은 배우예요. 군대 가는 날짜가 확정되고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촬영해야 해. 정말 스케줄이 바빴어요. 곁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티를 전혀 안 내고 최선을 다했어요. 정말 대견하고 신통했어요. 박보검은 장점이 매우 많은 배우였어요. 스위트하고 맑고 부드러운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고집스러운 부분도 있고 진중한 면이 많았어요. 촬영 현장에서 선배로서 자극 받는 때도 많았어요. 함께 호흡 맞추면서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없던 이미지와 눈빛을 볼 수 있었어요. 군대 다녀와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돼요.(웃음)”

‘서복’은 분명 상업 영화이지만 삶과 죽음, 영생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만년 ‘청춘스타’일 것만 같던 공유의 나이도 이제 사십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공유는 또래의 배우들과 달리 여전히 ‘소년미’를 뿜어낸다. 운동과 시술을 통한 외적 관리와는 다른 내면의 ‘천진난만함’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일 듯싶다. 영화 속 기헌에게서도 섬세하면서 순수한 소년의 느낌이 난다. 진시황도 못 구한 불로초를 구해 삶아 먹은 것일까? 공유는 ‘젊음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수줍어하면서 진지하게 나이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소년미가 살아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민망하지만 기분 좋은 김사한 이야기예요. 제가 특별히 노력한 게 아니라 보시는 분들이 좋게 봐줘 그런 칭찬을 해주는 것 같아요. 그냥 땀 흘려 운동하는 것 좋아하고 규칙적인 식생활을 한 덕분인 것 같아요. 나이 드는 것은 현재는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아요. 거스를 수 없잖아요? 받아들여야죠. 더 나이 들면 청춘을 그리워할 순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큰 고민은 없어요. 그러나 좀 달라진 건 있어요. 예전에 선배님들이 젊음에 대해 논할 때 ‘저때는 뭐해도 예쁘지’라는 말이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러나 얼마전 ‘원더랜드’ 촬영장에서 박보검-수지 촬영 장면을 보는데 그 말의 의미가 뭔지를 알겠더라고요. 뭘 특별히 안했는데 젊음이 주는 싱그러움이 정말 예쁘더라고요.(웃음)”

갈수록 연령대가 젊어지는 촬영 현장에서 공유는 후배들을 이끌어갈 최고 선배일 때가 많아지고 있다. 2001년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해 쉼없이 달려온 20년. ‘20년차’를 맞는 기분을 묻는 질문을 던지자 공유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시크한 대답을 내놓았다. 공유에게 지나온 시간보다 지금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20년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무슨 감정이 들지는 않아요. 해가 더해질 때마다 그 숫자가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아요. 그냥 무탈하게 한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저 자신에게 고마울 따름이에요. 사실 예전엔 저 자신에게 많이 인색했어요. 그러나 이젠 좀 저 자신을 칭찬해주게 된 게 달라진 점이에요. 배우를 시작하기 전 저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냐고요? 글쎄요. (잠시 고민하다) 처음에는 ‘배우를 곡 해야겠니? 다시 생각해볼래?’라고 말할 것 같아요. 그러다 ‘걱정하지마! 네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될 거야’라고 말할 것 같아요.(웃음)”

최재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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