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한국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손을 떼고 기업금융 부문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2004년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한지 17년 만이다.
금융권에선 M&A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소매금융을 통으로 넘기거나 WM(자산관리), 신용카드 등 사업부문 별로 쪼개서 매각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일찍부터 잠재적 인수 후보군이 돌았다. K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OK금융그룹 등인데 각사는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다.
점포 축소가 이미 진행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은행업이 비대면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 속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오프라인 영업점은 골칫거리다. 한국씨티은행은 대형은행 대비 확연히 적은 36개의 소매금융 점포를 보유한 상태다. 2017년 대대적인 정리작업을 진행한 결과다. 이를 두고 은행권 관계자는 "팔기 좋게 만들어 놓은 셈"이라고 했다.
소매금융 자체에 미래를 걸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왜 한국에서 기업금융은 놔두고 소매금융만 팔겠느냐"며 "진출한 초반에야 고자산가들이 몰리고 차별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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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진입 등으로 은행업의 앞날이 밝지 않은데 누가 기존 은행을 사겠느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많은 금융지주의 목표는 비은행을 키우는 것"이라며 "은행 쏠림을 개선하려는 마당에 은행을 하나 더 늘리려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직원 수, 저조한 실적 등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체 임직원 수는 3500명 수준이고 소매금융만 떼어놓고 보면 939명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32.8% 감소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수해야 할 비용과 경영실적 등을 따져보면 인수합병을 검토할 금융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돈다.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 점포를 대규모로 정리했지만 그에 발맞춰 인원을 대폭 줄이진 않았다. 일정 정도 명예퇴직 등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향후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고용 안정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