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가족 /사진=신수영
금융권에서 게임의 문법을 빌린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적금 상품 등에 게임의 룰을 적용하거나 신규 금융서비스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게임의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익숙하고, 모든 일에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전략이다.
시중은행들도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200일 적금'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앱에서 가입할 수 있고, 하루 3만원 이내 금액을 내게 맞는 플랜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넣을 수 있다. 매일 자동이체 되는 '자동적립 플랜', '푸쉬'를 받고 버튼을 누르면 한번에 입금되는 '꾹 적립 플랜', 지정한 계좌의 일정금액 미만 잔돈을 자동 입금하는 '계좌 자투리 적립 플랜' 등이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처럼 200개의 일별 칸이 마련돼 있고, 매일 납입 성공 유무가 표시된다. 납입 성공 시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유미의 세포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확인 도장'처럼 쌓인다.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진행 상황판 상단에는 성공한 일수와 실패한 일수가 표시된다. 금리는 기본 연 1%에 만기시까지 적금을 유지하면 연 0.4%포인트 추가 금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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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시스템'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게임 속 유저를 붙잡아 두는 강력한 유인 중 하나는 바로 보상이다. 보상 전략을 활발하게 펼치는 금융사는 '토스'다. '토스 행운 퀴즈'가 대표적이다. 토스 모바일 앱을 통해 퀴즈가 출제됐다는 푸쉬 알림이 오면 고객은 앱에 들어가 문제를 푼다. 주로 문장이 주어지고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입력하는 식으로 정답을 맞추면 무작위로 토스 포인트를 받는다. 토스 포인트는 앱에 연결된 계좌로 이체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신한은행은 야구 팬들을 자극하고 있다. '2021 신한 프로야구 적금'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응원하는 팀을 선택하고 해당 구단이 우승할 경우 우대금리를 받는 상품이다. 월 1000원에서 50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고 기본 이자는 연 1%지만, 우대금리 1.4%포인트가 적용되면 최고 연 2.4% 금리를 받는다. 응원팀이 이길 때마다 승리 알림이 온다. 승리 시 최대 1000 마이신한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위닝 캘린더'도 받을 수 있다.
고객 유치도 '게임 문법'으로게임 유저들 사이 순위에 따라 보상을 해주는 '랭크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유치에 나서는 금융사도 있다. 핀테크 업체 '핀크'의 '핀크 리얼리' 서비스다. 다양한 연령, 직업과 연봉,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예·적금, 주식, 펀드 등 실제 금융상품 종류와 현황을 모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핀크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들의 순위 경쟁을 유도했다. 모바일 앱에서 리얼리 서비스에 들어간 후 '국내 주식 수익률 챌린지', '온라인/홈쇼핑 결제건 챌린지', '신용도 올리기 챌린지' 등을 선택한 후 같은 챌린지를 선택한 유저와 순위를 경쟁하는 것이다. 각 챌린지에선 순위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당첨금을 즉시 획득할 수 있는 '리얼 리워드 티켓'이 매일 1개씩 지급된다. 챌린지 종료 시점 순위에 따라 배지도 차등 지급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MZ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부 만 20세 이상이 됐다"며 "이제부터는 MZ세대가 금융 시장뿐 아니라 전체 시장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재미 요소'를 더할 수 있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앞으로 금융에 게임을 접목하는 방법과 관련한 특허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