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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가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2007년 KBS '뮤직뱅크'에서 강진이 '땡벌'로 1위에 오른 이래 14년 만. 1993년 김수희의 '애모', 2005년 장윤정의 '어머나' 등이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정상에 오른 적은 있지만, 가요계가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뒤 트로트는 사실상 음악방송에서 배제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순위 산정기준에서 음반 점수, SNS, 유튜브 조회수의 비중이 커지면서 트로트가 메인차트에서 멀어지는 건 당연했다. 여기에 실시간 문자 투표까지 더해지니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신중년 세대가 주목한 또 다른 장르는 '크로스오버', 팝페라다. JTBC '팬텀싱어'를 시작으로 불이 붙은 크로스오버 열풍은 중년층에게 사랑받으며 꾸준히 소비되고 있는 장르다. 각기 다른 색깔의 음악 장르가 결합해 또 다른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크로스오버.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이 장르파괴의 붐은 최근 음반, 공연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가요계의 두터운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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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지형을 바꾼 신중년 층은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큰 손'이다. 많은 트렌드 서적에서도 예측해듯 이들은 90년대 대중문화 팬덤 부흥의 시기를 겪어 팬덤 문화에도 익숙하고,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게다가 점차 노령화된 인구의 향후 주요 축인 만큼 앞으로 문화 산업 변화를 더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 KBS '겨울연가'에 열광한 일본 중년 여성들이 당당히 취향을 드러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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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기화된 '멈춤' 속에서 트로트, 혹은 크로스오버 가수들의 노래가 일종의 심리적 해방구 같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미스터트롯' '팬텀싱어' 등 TV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중년 세대들의 '덕질'은 이제 본격 궤도에 올랐다. 능동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동시에 음악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세대인 만큼, 향후 대중가요씬에도 이들의 영향력은 작지만 큰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대중문화 시장이 앞으로 이들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박영웅(대중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