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귤러스, 사진제공=넷플릭스
19세기 후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탄생한 ‘명탐정’ 셜록 홈즈는 추리 소설 마니아뿐만 아니라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참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명석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캐릭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근대 인물 중 하나가 되었으니까. 셜록과 그의 조수이자 동료인 왓슨을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한, 또는 그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제작된 영화 및 드라마는 수 없이 많다.
만일 당신이 미드, 영드라 불리는 시리즈 마니아라면 '셜록'을 분명 접했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다시금 셜록은 현대 서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로 등극했다. 많은 제작자와 감독,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토록 군침 도는 이야기를 가만히 놓아둘 수는 없었을 것. 그런 만큼 '셜록' 이후 또 다른 셜록 홈즈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종종 선보이고 있다. 혹시 이런 연작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런던 베이커 스트리트를 떠나 뉴욕 거리로 이사한 홈즈와 여성 왓슨이 등장하는 미드 '엘리멘트리'가 있다. 영드 '셜록'이 2010년부터 시작되어 흥행을 기록했다면, (분명 '셜록'의 흥행에 자극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엘리멘트리'는 2012년 첫 시즌을 시작하며 일곱 해나 제작되었다. 이렇게 수 많은 셜록이 맹위를 떨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을 일컫는) ‘스핀오프’ 시리즈들도 우리 앞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에놀라 홈즈', 사진제공=넷플릭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레귤러스'는 초자연적 현상을 주요 소재로 끌어들이고, 지금껏 셜록 홈즈에게서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특히 아이들 중 한 명이 셜록의 자녀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이렇게 변형되고 뒤틀린 스핀오프를 본 이후 필자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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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필자의 의견을 들자면 이렇다. ‘역시 스핀오프 치고 제대로 만들어진 작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더욱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서 제대로 건질 만한 작품이 의외로 몇 안 된다는 것. 이게 과연 사견일 뿐일까? 많은 이들이 이에 동조할 것임에 의심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레귤러스'는 단지 ‘셜록 홈즈’의 이름 만으로 분명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긴 했다. 셜록은 마약 중독자로 등장하고, 흑인 왓슨 캐릭터가 구축되고, 거리의 아이들 중 메인 캐릭터에 동양 계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굉장히 트렌디한 현대의 전자음악이 주요하게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된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서사 구조 속에 초자연적 판타지가 주요하게 자리잡음으로써 '이레귤러스'의 내러티브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더욱이 오컬트 장르에서 종종 등장하는 능력자 캐릭터가 셜록과 엮이게 되면서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엉뚱한 셜록 스핀오프가 되어버린다.
영드 '셜록', 사진출처=BBC
이 참에 다시 넷플릭스, 왓챠 등에서 ‘셜록’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그 유명한 '셜록' 이외에도 제레미 브렛이 셜록 역을 맡은 1980~90년대의 시리즈 및 영화들이 업로드되어 있다. '이레귤러스'의 아쉬운 마음을 또 다른 셜록들로 채워야겠다. 언제나 그러했듯, 셜록은 관객 및 시청자를 설레게 하는 매력투성이 캐릭터니까.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