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빈센조' 감독 선망했다"던 심나연 감독…'괴물'로 보여준 비범한 연출(종합)

뉴스1 제공 2021.04.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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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나연 감독/JTBC © 뉴스1심나연 감독/JTBC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심나연 감독은 '괴물'로 더욱 주목받는 신인 감독이 됐다. '괴물'은 메시지부터 캐릭터, 연기, 대본까지 호평일색이었던 드라마로 이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 심나연 감독의 연출력에 모두가 주목했다. 장편 연출작은 이제 두 편을 마쳤지만 비범하고 탁월한 연출력으로 벌써부터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많아졌다. 그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괴물'의 비화와 그의 연출 지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5일 온라인을 통해 JTBC 금토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연출 심나연)의 연출을 맡았던 심나연 감독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괴물'은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로 신하균 여진구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이 드라마는 첫 회가 4.5%(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해 마지막회 6.0%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심나연 감독의 독보적인 심리 스릴러 연출력과 탄탄한 대본, 배우들의 빈틈 없는 연기가 시너지를 발했다. 심 감독은 '힙한 선생'과 '한여름의 추억' 이후 첫 장편 연출작으로 '열여덟의 순간'을 선보였던 신인으로, '괴물'까지 성공 반열에 올리면서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여성 감독이 됐다.

무엇보다 '괴물'은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다면성을 집요하게 쫓으며 '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21년에 걸친 사건에는 여러 인물이 얽혀 있었고, 비극은 이들의 욕망과 이기심에서 비롯됐다. 이에 단순 '범인 잡기'가 아닌,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욕망과 심리를 중심에 둔 전개로 호평을 받았고, 인물들의 이중성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남겼다.



심나연 감독/JTBC © 뉴스1심나연 감독/JTBC © 뉴스1
이날 심나연 감독은 '괴물'에 대한 뜨거운 호평에 대해 "좋은 반응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괴물'에 빠져서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반응이 굉장히 기뻤다"며 "어려운 드라마가 아닐까 했는데 집중해서 봐주시고 시청률도 좋게 나오게 돼서 연출로서 뿌듯하다. 특히 동식(신하균 분)이와 주원(여진구 분)이의 관계에 몰입하셔서 슬펐다는 반응이 있었을 때 가장 기뻤다"고 전했다.

'괴물'이 두 번째 장편 연출작임에도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게 된 데 대한 소감도 전했다. 심 감독은 "연출 물이 올랐다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아니요, 그런 것보다는 재미있었다"며 "'하나하나 성실하게 하다 보면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구나' 하는 맛을 알았다"면서 "어쨌든 요즘은 10부~11부 찍을 때까지 대중의 반응을 알고 찍는 게 아니고 반사전제작을 해서 어떤 반응이 올지 모른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데 몇몇 노력했던 부분들이 좋게 평가해주신 걸 보고 공부를 많이 했고, 앞으로도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 하는 자극을 준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 스릴러 연출을 위해 고민한 부분은 무엇일까. 심 감독은 "심리 스릴러 장르 연출에 있어서 고민한 것은 주위에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분들에게 물어봤을 때 떡밥을 던져놓고 회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 단서 던지고 회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그때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는 스릴러 드라마들을 다시 한 번 봤고, 한국적인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언급했다. 그는 "작가님이 대본에 설정해놓으신 것들을 표현해서 그만큼 시청자들도 같이 느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며 "보통 스릴러로 호평받는다는 드라마들을 봤는데 '비밀의 숲' '시그널' 이런 것을 많이 돌려보면서 '이 드라마를 왜 좋아했지?' 생각해보니까 스릴러도 있지만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부분 때문에 시청자 분들도 많이 좋아하셨던 것 같다. 그런 포커스를 어떻게 맞추는지 참고했다"고 회상했다.

심나연 감독/JTBC © 뉴스1심나연 감독/JTBC © 뉴스1
'괴물'은 기존 스릴러와 달리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주목했던 드라마였다. 이에 대해 심 감독은 "이 부분은 원래 작가님이 기획하셨을 때부터 너무 잔인하고 살인자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며 "피해자의 가족들을 많이 부각시키고 싶으시다 하셨는데 이게 사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어떻게 하면 그 선을 넘어갈 수도 있고 애매하게 메시지를 갖고 갈 수 있는데 만양에 사는 사람들이 그 동네가 싫음에도 붙어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캐릭터들이 '왜 아직 여기 남아있을까, 자기 가족들과 자기들이 겪었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 남아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인물 하나하나에 초점을 두려고 했다"며 "그게 안쓰러워보이기도 하면서 '왜 아직 저기 살지?'라는 궁금증도 갖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괴물'은 실종 피해자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심 감독은 "작가님이 실종 피해자분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계셨고 자료 조사를 많이 하셨다"며 "저도 더 많이 공감하고 연출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겠다는 부분을 많이 배우게 됐다"면서 "그래서 자료 조사 해놓으신 걸 보면서 경찰들의 입장이나 실종 관련 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부분은 작가님게서 먼저 갖고 계신 베이스였고 제게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고백했다.

드라마이지만 사실적인 드라마이기도 했다.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 심 감독은 "처음 기획을 할 때 표현을 리얼리티로 할 것인가 판타지로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단순히 현실적으로 표현하기엔 뻔히 아는 공간이 많았다"며 "재개발과 이 사건이 아무래도 인간의 이기심과 연관돼 있으니까 장소를 판타지적으로 많이 살려야겠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괴물'에 나온 장소들이 판타지적으로 설정이 돼 있지만 그 안에서 경찰의 수사와 파출소의 규칙 등은 실제의 것들을 참고했다. 공간적 판타지와 현실의 규칙, 두 가지를 섞어서 '괴물' 안에서의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런 걸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회에서는 성인 실종자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는 글과 내레이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나연 감독은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극 몰입을 방해할 수 있었기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기도 했다"며 "하지만 그런 실종에 관련된 이야기를 작가님이 많이 조사하시면서 극의 이런 부분들에 대해 조금씩 사회적 메시지를 심고 계셨고,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떨까 하는 의도를 반영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괴물'은 복잡했지만 서사가 탄탄한 드라마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심 감독은 "일단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림을 많이 찍어 설명을 많이 했다. 긴장감은 유지하지만 설명해줄 건 정확히 하자 했다"며 "다소 어렵다는 반응도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짚어 줬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사건이 복잡하지만 시청자분들이 따라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그림을 조금 더 많이 집어넣어서 설명해주고 짚어주려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말에 대한 감독의 생각은 어땠을까. 심 감독은 "결말에 대한 부분은 작가님이 철저히 설계해두신 틀 안에서 움직였다. 최종 결말에 대한 부분은 모든 작가와 감독이 일치할 수는 없지만 이 결말을 내셨을 때 그런 의도가 있다고 설명을 들었을 때는 따라가야 한다"며 "드라마적으로는 '보는 사람에게 주는 교훈이 있어야 하는 것'이 드라마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가게 됐다. 반전 엔딩이 아니라 너무 해피엔딩이지 않느냐는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부분은 제작진의 선택이었다"고 고백했다.

심 감독이 생각하는 '괴물'의 의미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저지른 실수가 아주 작다고 생각하는 것, 작아서 덮어질 거라 생각하는 것"이라며 "그게 나중에 스노우볼처럼 커져서 괴물로 만드는 것 같다"면서 "그건 비겁하게 사는 거다. 범법을 저지르고 사는 것, 그리고 남들이 하지 말라는 걸 한 후 이를 덮고 살면 큰 쾨물이 되겠다 싶었다.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사회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지키고 내 스스로가 작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성찰하는 것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심나연 감독/JTBC © 뉴스1심나연 감독/JTBC © 뉴스1
또 심 감독은 자신에게 있어 '괴물'의 의미도 전했다. 그는 "전작 '열여덟의 순간'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거기에서 뭔가를 보여주진 못하지 않았나 한다"며 "작가님과 배우들에게 스스로의 부족한 점 때문에 미안했다"면서 "그걸 조금이나마 보충해서 한 게 '괴물'이었는데 완벽하지 않았지만 뒤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 감독일을 계속 하게 만들어주신 작품인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여성 감독들이 장르물에서 선전을 거두고 있는 점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이제는 선배님들이 잘 닦아온 길이 있어서 여성 감독들도 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녀를 구분해서 생각을 하기 보다는 저희 후배들도 그렇고 앞으로 더 주목받을 젊은 감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신구 세대가 더욱 어우러지고 서로 동료가 돼서 작품을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선배님들께 배운 걸 더 많이 적용을 하고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면서 "저 역시도 느꼈던 점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활동하고 계신 김희원 감독님은 선망했던 선배님인데 그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자란 후배이기도 하다"며 "제가 남성 감독이 아닌 여성 감독이어서가 아니라 지금은 제가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심나연 감독은 향후 새 도전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그는 "이번에는 정통 멜로나 치정물 같은 센 멜로를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또 신하균 여진구와 다시 작업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두 분이 괜찮으시다면 또 같이 하고 싶다"며 "그때는 부족한 부분들을 더 채우고 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괴물'도 굉장히 사랑을 받았지만 대중성이라는 부분에 있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며 "시청자 분들이 조금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다음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괴물'의 마니아층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괴물' 마니아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너무 적극적으로 '괴물'을 사랑해주시고 괴물의 하루하루 시청률을 걱정해주시고 애정 어린 반응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놀랍다"면서 "그분들이 있어서 지금 이 '괴물'이 주목받을 수 있었다. '괴물'을 좋아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정말 고마웠다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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