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어른들은 몰라요', 역시 불편한 '박화영' 외전

뉴스1 제공 2021.04.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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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 스틸 컷 © 뉴스1'어른들은 몰라요'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8년 개봉작 '박화영'은 신선한 파격이었다. 클리셰적으로만 그려지던, 가출 청소년들의 세계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연출법은 '너무 자극적이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사회의 비정한 일면을 거칠게 축소해놓은 듯한 내용이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어른들은 몰라요'는 이 '박화영'에 등장했던 작은 배역 세진(이유미 분)의 이야기를 떼어 와 만든 일종의 외전이다.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는 '박화영'이 그랬던 것처럼 세진이라는 18세 가출 청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또 한 번 불편한 감정을 전달한다.



영화는 커터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 세진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는 같은 학교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학폭' 피해자인데, 담임 선생과 몰래 교제를 하다가 임신까지 해버린다. 낙태를 하기 위해 돈을 달라는 세진의 말에도 담임 선생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도리어 담임 선생의 아버지인 교장이 이 사실을 알게 돼 임신 발설 금지 각서를 요구한다.

머릿 속에 오로지 아이를 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는 세진은 동생을 두고 집을 나가 거리를 헤맨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주영(안희연 분)과 어느새 절친이 된 그는 주영과 함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아이를 떼게 해주겠다며 껄떡거리는 남자를 따라 모텔방에 가기도 한다. 자신을 성폭행 하려는 남자 앞에서 세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널부러져 있을 뿐이다. 그 때 주영이 밖으로 나가 요란한 머리를 한 20대 오토바이족 재필(이환 분)과 신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재필과 신지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넷은 그때부터 함께 다닌다. 세 사람은 아이를 떼야 하는 세진에게 돈을 마련해 주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지만, 돌아오는 결과물들은 허망하기만 하다.

보고 있기 고통스러운 영화다. 무방비한 아이들을 철저히 이용만 하려는 무관심하고 이해타산적인 어른들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 어른들 앞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최악의 선택만을 거듭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불편하다. 가진 것 없는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주려고 발버둥치지만, 이를 위해 택한 일들은 파국으로 치닫는 관문들일 뿐이다. 비극적인 상황에 몰린 아이들은 끝내 서로에게 발톱을 세우고 만다.

"어차피 그런 아저씨들 있으면 우리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데, 아저씨,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잡힌 세진의 대사는 어쩐지 부조리하게 느껴진다. 과연 세진이 살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들만 반복하는 듯한 세진의 모습은 어른들의 필터로 볼 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만 가득하다. 그래서 제목이 '어른들은 몰라요'인가 싶다.


'박화영'에서도 선전했던 이유미는 주연으로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써니'의 천우희를 떠올리게 하는 사실감 넘치는 연기는 이 배우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EXID 출신 배우 안희연(하니)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하니의 캐스팅은 신선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많다. 러닝 타임 127분.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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