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털어낸 K-배터리, 글로벌 완성차와 JV 속도낸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4.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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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GM 글로벌 테크센터에서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지난 2019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GM 글로벌 테크센터에서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소송 리스크를 벗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JV) 설립 및 사업 확대 추진에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도 이같은 추진력에 더욱 힘을 보탤 것이란 관측이다.

GM·LG엔솔, 미국내 2공장 설립 발표 '임박'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지으며 이를 16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단 이 보도에 대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함구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 2019년 50대50의 지분비율로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발표하고 양사가 1조원씩 출자, 단계적으로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2022년 양산 예정으로 연산 35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이 기대된다.

양사가 두 번째로 짓기로 한 공장 규모도 첫 번째 공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2025년까지 갖춰질 75GWh의 독자적 생산능력에 더해 GM과의 합작법인 1·2공장 규모까지 더하면 140GWh 이상의 생산능력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4년 내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총 세 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밝혔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2년부터 미시간주 홀랜드에 단독 배터리 공장을 운영중이다.

폭스바겐·포드, K-배터리에 러브콜 보낼까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GM과 합작법인을 통한 공장 추가 설립 가능성은 올 초부터 외신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따라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있었던 SK이노베이션과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소송 전격 합의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배터리업계에서는 양사가 '소송 리스크'에서 탈출한 만큼 향후 완성차 업체 등과의 JV 관련 사업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사 소송 경과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점이 글로벌 완성차 입장에서는 선뜻 LG나 SK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데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꼭 JV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집중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은 2019년 소송 이전만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과 JV설립설이 대두됐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그 사이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와 손잡고 합작사 '노스볼트 즈웨이(Northvolt Wei)'를 설립,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당시 폭스바겐그룹이 4억5000만유로(약 6000억원)를 투자키로 했고 해당 공장은 2024년부터 연 16GWh 규모로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 10~20GWh 규모의 공장들을 짓기 위해 노스볼트 외 다른 배터리 업체와 손잡을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관측된다. 단 최근 폭스바겐이 '파워데이'를 통해 앞으로 80% 가량 배터리를 각형으로 탑재한다는 발표는 변수다.

車 반도체 대란에 백악관 "배터리 공급망도 검토하라"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JV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이유는 또 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 대란이다.

CNBC는 지난 3월, GM과 LG에너지솔루션 간 제2 공장 설립설을 보도하면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부품 확보를 위한 차량 공급망 구조 재편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백악관 역시 미국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지난 2월 열린 '울프 리서치 컨퍼런스'에서 반도체 부족 현상을 지적하며 "우리는 미국으로 배터리 생산시설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포드 역시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JV 설립을 고려할 것이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한편 2025년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란 SNE리서치 관측이 나온 가운데 이미 글로벌 주요 완성차·배터리 기업간 합종연횡은 유행처럼 이어지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현지 합작법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중국 CATL도 이미 중국 내 북경기차(BAIC), 중국제일기차(FAW) 등 자국 내 여러 완성차 업체들과 JV를 설립해 현지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JV 설립시 대규모 공장 설립 자금을 분담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완성차 업체는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배터리 기업은 대규모 수주처 확보를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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