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이주열 "올해 3%중반 성장 충분히 가능"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1.04.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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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내재가치 없다는 입장은 동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에 대해 "3% 중반대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개선에 힘입어 국내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오는 5월 수정 경제전망이 지난 2월 전망치인 3.0%보다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기준금리는 현재와 같은 0.50% 수준에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끝난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은 호조를 지속하고 있고 설비 투자도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민간소비는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국내경제는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코로나19 전개 상황으로 이같은 회복세가 지속될지 여부를 조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은은 지난해 5월 0.50%로 인하한 기준금리를 이번까지 7번 연속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경제기관들은 각각 각각 3.3%, 3.6%로 한은의 직전 전망치(3.0%)보다 높게 제시한 바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직전 2월 전망치인 1.3%보다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2분기 2%대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다 하반기 1%대 중후반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올해는 백신 접종률이 곧 경제회복속도가 될 것이란 말이 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2.3% 수준인데 이와 같은 낮은 백신접종률과 현재 거세지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도 한국의 성장률이 3%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보나.
올해 연간 성장률이 3%대 중반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뿐 아니라 국내 성장률 1분기를 지나 몇달간 움직임을 볼 때 3%대 중반은 얼마든지 가능한 숫자다. 무엇보다 대외여건 개선에 기인한다. 미국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있고 그에 힘입어 세계경제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 개선세가 당초 전망 보다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사회적거리두기 완화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지난달 집행된 추가경정예산안도 내수 진작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코로나 재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고 백신접종 속도가 2%대에 머물러 있는 건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백화점 매출 회복, 소비자심리지수 상승 등 최근 민간부문의 반등 조짐이 있다. CPI(소비자물가지수) 자체도 지난달 1%대 중반으로 올라오는 등 점차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통화량 팽창과 자산가격 상승 역시 지속되는 중이다. 한은이 선제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금융불균형에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 경제 회복 흐름이 강화되고 있고 물가 상승률도 높아지고 있어서 이제는 가계부채 증가나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할 필요있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은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백신접종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이 아직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회복세로 안착됐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정책 기조의 전환을 고려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견실한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재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 불균형 우려는 금통위 회의에서도 많은 위원들께서 우려를 제기했다. 이 또한 저희들이 기조를 유지한다고 해서 금융안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늘 유의하고 우려하고 있다는 말을 드린다.

-한은은 코로나 국면에서 회복세가 견고할 때까지 완화적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회복세’라는 모호한 단어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같이 구체적으로 수치적인 지표를 통해 선제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일명 '포워드 가이던스'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현재 한은의 중기물가목표인 2% 내외 이외에 한은의 정책기조 수정이 수반될 수 있는 수치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경제지표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들도 새로운 관행을 적용할 수 있을까.
▶포워드 가이던스 의미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의미는 중앙은행의 결정 배경과 향후 운용 방향이 어떤 방식을 취하든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 기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시행하고 있는 몇 나라들이 있다. 유형을 보면 구체적 수치나 기간 등을 제시하는 정량적 방식, 정성적 방식 두가지가 있다. 어떤 것을 활용할지는 여건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 연준도 지금은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있지만 지난해 9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성적 표현을 통해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축 통화국이 아니고 소규모 개방경제 입장이기 때문에 국내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니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포워드 가이던스를 채택하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수치나 기간을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활용하는 데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고 반드시 그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두개 특정 경제 지표의 움직임에 의존해 정치적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는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책을 결정해나가고 시장과 또 경제 주체들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한은이 계획하거나 꺼낼 대책이 있나.
▶감독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은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계부채 관리를 거시건전성 관리 정책으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1분기 가계부채 증가세가 상당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금통위에서도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 다시한번 말씀드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집값 급등의 배경을 풍부한 유동성 탓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정책실패 탓이란 반론도 많다. 풍부한 유동성과 정책실패 가운데 어느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부동산 가격이 불안할 때,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유지될 때는 늘 이런 질문과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주택 가격에는 금리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고 특히 수급상황이 중요하다. 또 당시 경기상황과 정부의 여러가지 조세정책과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한 신뢰여부, 그에 대한 경제주체의 기대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물론 금리인하를 통한 완화적 금융여건 그 자체만 놓고보면 주택수요를 촉진하고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완화기조를 장기화함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은 사실상 여러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주택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데는 주택수급에 대한 우려 등 여러 요인에 따른 가격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정책실장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말했을 것이다. 어느것 하나를 꼭 집어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확장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IMF를 비롯해서 정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정부부채 부담이 늘어날 경우 국가신용등급 조정으로 이어지고 국채 금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부채가 늘어나는 불가피 측면이 있었다. 물론 국가부채가 오랜기간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을 따질 때는 국가부채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우리경제의 대외건전성, 성장잠재력, 기업부문의 경쟁력, 금융시스템 건전성 등 여러요인을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한다. 하나만 가지고 국가신용등급을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최근 유동성 장 속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은 코스피보다 거래량이 높아지는 기이한 현상 마저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목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CBDC(중앙은행 발행 암호화폐)가 암호화폐 시장에 진정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될수 있다 보나.
▶암호자산은 사실상 가치의 적정수준과 가격을 산정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큰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암호자산에 대한 투자가 과도해진다면 투자자나 투자자들에 대한 관련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많은 나라에서도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고 투자가 상당히 크게 증가하는 데 대해 우려의 시각으로 본다. 저희들도 마찬가지다. CBDC가 암호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CBDC를 어떤 목적과 형태, 구조로 발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고 디지털화폐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발행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거다.

-오늘(15일)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미 증시에 상장해 큰 화제였는데 최근 테슬라나 페이팔 같은 글로벌 업체도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을 만큼 암호화폐가 과거 투기자산이란 오명을 씻고 새로운 금융자산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반면 최근 총재 본인은 암호화폐가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자산이라고 규정했는데 데 그 입장에 변함이 없나.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없나.
▶암호자산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의견에 변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이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데는 제약이 많다. 내재가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팩트를 말씀드렸다고 생각한다.

-지난달에 올해 2분기 물가가 1%대 후반으로 높아지고 하반기로 가면서 이보다 완화된 1%중후반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에 금리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이 이보다 물가가 낮을 때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인데, 금리인상 결정 시 물가보다 성장률을 더 집중적으로 고려하고 있나.또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자산버블을 우려하며 유동성 회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유동성도 매달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한은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통화정책은 현재 물가상승률에 포커스를 두고 운영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 물가 흐름이 더 중요하고 미래 경기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 금융안정 상황도 고려한다. 물가상승률과 딱 매치해서 통화정책 운용 평가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도 코로나 사태 이후 M2(광의통화) 통화량이 10% 정도 크게 증가했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 조치로 민간신용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세계적 공통현상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위기 국면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유동성은 많이 공급되면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도 있고 그에 대한 금융불균형은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앞으로 금융경제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정책 대응에 변화도 있고 하므로 이 문제는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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