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CEO가 14일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에게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T
SK텔레콤 (51,300원 ▲300 +0.59%)이 인적분할로 신설하는 SKT투자전문회사(중간 지주회사)와 그룹 지주사인 SK(주)의 '2차 합병' 추진 여부와 관련해 지난 14일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시가총액 2위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사업 확대와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두 회사를 결국 합병할 것이란 시장의 관측을 부인한 것이다.
SKT 중간지주와 SK(주) 합병설에 "계획 없다" 직접 선긋기 15일 재계와 자본시장에 따르면,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SK(주)→SKT투자회사→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SK그룹 지배구조가 2차 합병을 거쳐 '최태원 SK그룹 회장→SK홀딩스(가칭)→SK하이닉스'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았다. 최 회장의 SK하이닉스 지배력을 확대하고, 반도체 투자가 쉽지 않은 공정거래법 규제 족쇄를 풀기 위해서라도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SK텔레콤이 '합병설'을 직접 부인하고 원천 차단한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CEO(최고경영자)는 전날 임직원들에게도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설명하면서 "현 시점에선 합병 추진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SK텔레콤 안팎에선 합병의 실익도, 명분도 크지 않다는 SK그룹 최고 경영진의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그룹에 미칠 전체적인 영향과 SK텔레콤 주주 등 이해관계자 입장을 두루 감안해 합병을 사실상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물론 IPO(기업공개)가 예정된 원스토어,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웨이브 등 자회사 가치가 합병 지주사(SKT홀딩스)에 결국 귀속된다면 주주들은 기업분할에 반발하고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극대화'란 이번 지배구조 개편 취지와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합병은 특히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 주식 수의 3분의 1이상 동의) 사항이어서 승인 자체가 쉽지 않다.
최 회장이 경제단체 맏형 격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운신을 폭을 좁힌 것으로 파악된다. 지배구조 개편안 결정 과정에서 대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의사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주주와 기업 구성원인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강조해 왔다"며 "대주주 이해관계에 우선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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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SK텔레콤 기업분할과 합병 보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선 SK텔레콤 (51,300원 ▲300 +0.59%)과 {SK(주)}의 희비가 갈렸다. 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 효과에다 "합병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 덕분에 2%대 상승률로 장중 30만원 고지를 재탈환했다. 반면, SK(주)는 2%대 하락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