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서복', 고민 가득한 주제의식과 고민 없는 설정

뉴스1 제공 2021.04.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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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 스틸 컷 © 뉴스1'서복'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복'은 복제인간의 이름이다. 잘생긴 20대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 복제인간은 서인그룹이라는 대기업이 비밀리에 복제에 성공한 실험체로 우리나라 정부 뿐 아니라 은밀히 미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서복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온 칼 앤더슨 박사가 테러로 사망하게 되고, 프로젝트의 노출을 막기 위해 정보국 안부장(조우진 분)은 과거 요원이었던 기헌(공유 분)을 다시 불러 그에게 서복(박보검 분)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라는 임무를 준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기헌은 이 새로운 임무를 거절할 수 없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개량된 개체인 서복은 죽지 않는 존재이며 인간의 모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의 유일한 원천이다. 안부장은 하루하루가 아쉬운 기헌에게 서복의 질병 치료 임상 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누구보다 살기를 바랐던 기헌은 이를 수락하고 만다.



서복은 배 안에 마련된 비밀 실험실에서 생활 중이다. 보통의 인간보다 2배나 빠른 성장 속도를 지닌 그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주변의 압력을 조종해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염력이다. 실험실 안에서만 생활해 온 그는 삶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고 있으며 질문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기헌은 서복을 이동시키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와 함께 가드들의 보호를 받으며 실험실을 나선다. 하지만 의문의 부대가 이동 중인 기헌 무리를 기습하고, 어느 창고에서 눈을 뜬 기헌은 서복을 데리고 탈출한다.

'서복'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영원히 살지만, 자신만의 의미있는 삶을 찾을 수 없고 추구할 수도 없는 서복과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아왔음에도 더 오래 살기 위해 애쓰는 기헌의 인생은 대조된다. 차가운 표정의 서복이 기헌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사실 기헌 뿐 아니라 관객들에 던지는 질문이다. 살고자 하는 욕망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것인가 혹은 삶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인가, 다른 존재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살고자 하는 욕망은 정당한 것인가 등. 기헌과 서복, 두 사람의 여정을 지켜보며 내내 마음 속에 질문들을 품고 갈 수 있는 점,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미덕에도 불구하고 '서복'이 보여주는 SF적인 설정은 다소 진부하고 새로움이 없어 아쉽다. 욕망으로 가득한 박사와 재벌, 권력으로 기술의 발전을 통제하려는 국가 기관의 모습은 익숙하다. 가까운 예로 '승리호'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서복이 초인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설정 또한 판타지처럼 느껴져 납득이 쉽지 않다. 기헌이라는 캐릭터의 변화 과정에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애초에 기헌이 왜 그렇게 삶에 집착하는지 욕망의 동기를 알 수 없고, 그가 서복의 무엇 때문에 그토록 큰 변화를 겪게 되는지도 관객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서복이라는 인물의 성격이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반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져야 할 기헌이라는 인물이 조금 얕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연기의 문제라기 보다는 애초에 기헌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이다.


충무로 최고의 스태프들이 함께 한 만큼, 영화의 톤은 잘 정리돼 있고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공유와 박보검은 각자의 매력으로 보는 이들의 몰입을 끌어낸다. 조우진, 장영남, 박병은 등 명품 배우들의 존재감이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러닝 타임 114분. 15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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