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가족·직장·집 다 잃었을때, 희망 찾을수있나…'노매드랜드'의 질문

뉴스1 제공 2021.04.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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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랜드 스틸 © 뉴스1노매드랜드 스틸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노매드랜드'는 미국 여성 유목민의 이야기다. 영화가 유목민이라는 극 중 인물을 통해 보편적 일상을 사는 우리와 무관한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인물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사람과 삶의 매우 본질적인 속성을 건드리고 질문한다. 가족과 직장 그리고 집까지,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인간의 삶을 형성하는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과연 나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노매드랜드'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의 이 같은 질문은 관객들이 스스로와 다시 마주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노매드랜드'(감독 클로이 자오)는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맨드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펀이 살던 미국 네바다 엠파이어는 경제 붕괴 여파로 석고 공장이 전부 문을 닫고 유령도시가 됐다. 그곳의 사람들은 생업을 잃었고, 펀은 광부였던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자 사랑했던 이와의 모든 추억이 깃든 이곳을 뒤로 하고 작은 밴과 낯선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펀은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아마존에서의 택배 포장 업무와 캠핑장 그리고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간다.



홀로 외롭게 추위와 싸우며 겨울을 보내던 펀에게 아마존에서 만난 동료는 노매드들을 위한 모임에 참석해볼 것을 제안한다. 저마다 사연을 갖고 스스로 길 위에서의 삶을 선택한 노매드들을 만나게 된 펀. 그는 이들과 교제 속에서 사막의 저편에 펼쳐진 하늘과 석양, 나무와 바람 등 자연으로 치유받고 점차 따스한 위로를 느낀다. 또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노매드들과 만남과 헤어짐, 재회를 반복하면서도 사람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우정을 느끼게 되고, 각자 자신만의 여정과 깨닫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점차 찾아가게 된다.

펀을 통해 관객들 또한 오로지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영화의 여운이 주는 힘이 느껴진다. "나를 정의하는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질문처럼, 인간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펀과 같이 가족과의 관계에서 '아내'라는 위치, 혹은 '거주지'나 '직업' 등 나를 규정짓던 어떤 수식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그 자체인 자신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모든 것을 다 잃은 펀을 통해 관객들에 '상실감'을 주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자연의 시간과 섭리에 맡긴 채 떠난 여정에서 희망이 점차 피어오르는 순간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는 길 위에서의 삶을 마냥 낭만적으로만 그리지 않고, 새로운 환경을 점차 극복해가는 펀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담은 감독의 연출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펀 그 자체로 보이는 열연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대자연을 담은 배경 곳곳도 경이롭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및 감독상 부문 등에 함께 호명된 '미나리'의 강력한 경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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