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악질 나와 죽여버리고 싶다" 기자들에 분노 표한 '숙명여고 쌍둥이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1.04.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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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쌍둥이 자매 측 변호인 "정신과 치료 중 …오늘 일은 해프닝으로 이해해달라"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으로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 2018.10.15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으로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 2018.10.15 /사진=뉴스1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는 '손가락욕' 동작을 취하는 등 언론에 불만을 표했다.

14일 오후 법원에 출석한 쌍둥이 자매 중 동생 A씨는 법원 입구에서 취재진이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느냐"고 묻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쌍둥이 자매의 법원 출석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협의를 거쳐 기자 한 명이 대표격으로 방송용 마이크를 든 채 다가가 질문을 건네자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재판이 끝난 후 다른 기자들이 다시 "출석할 때 가운데 손가락을 올린 것이 맞냐"고 묻자 "갑자기 달려들어 무례하게 물어보는 걸 직업정신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받아쳤다. 손가락욕을 한 것은 쌍둥이 중 동생이다. 동생은 법원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사과를 받겠다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쌍둥이 동생은 법원을 나가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진짜 토악질이 나온다 사실 관계도 다른데 (언론이 왜곡해 보도를 하고)…진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난다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하자고요"라며 "이걸 시작한 거 기자 딱 한 명(사과받고 싶다) 아님 여기 있는 전부가 와서 다(사과하세요) 나잇값을 못하는 거예요"라고 소리쳤다.



쌍둥이 자매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변호인들이 자매를 법원 경내에서 데리고 나가면서 '해프닝'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피고인 측 주장에)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들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변호사로서 이 사건은 무죄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인도 "한 가족이 희생양이 되어 대중들의 분노를 소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재판은 결국 합리성에 근거한 것이니 (혐의에) 이유가 있는지 살펴봐 달라"고 기자들에게 호소했다.

이날 항소심 첫 공판 법정에서 쌍둥이 자매 측 변호인은 "답안 유출의 증거나 흔적이 없는 채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며 "쌍둥이 자매의 소지품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도 부적법했고, 검찰이 포렌식 과정에 참여할 것인지 묻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며 수사와 재판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이 중대하고 증거가 명백함에도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차례의 교내 정기고사에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현모씨로부터 답안을 받아 시험에 응시한 혐의를 받는다. 두 딸에게 시험 정답을 알려준 아버지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1심은 지난해 8월 쌍둥이 자매에게 각각 징역 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의 성적 향상이 매우 이례적이고 내신 성적과 전국 모의고사 성적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며 여러 정황상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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