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구멍이 큰둑 허문다… 잘나가는 대형사들 ESG '빨간불'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정인지 기자, 김영상 기자 2021.04.15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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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장사 ESG 리스크 대해부 ①] 2 - 개별기업 ESG 통합점수 및 리스크 총론

편집자주 깨진 독에 물을 계속 퍼넣어도 금세 새나가기 마련이다.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잘했던 성과들이 그만큼 퇴색된다. 머니투데이는 빅데이터·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들과 섹터별 주요 기업의 ESG 성과점수 순위 및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ESG 통합점수 순위를 공개한다.

작은 구멍이 큰둑 허문다… 잘나가는 대형사들 ESG '빨간불'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평균이 '매우 높음'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ESG 친화적 경영 시스템이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 ESG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ESG 통합점수가 떨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4일 빅데이터·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ESG 리스크 점수 평균은 3.2점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발전소는 매일 국내 95개 매체가 생산하는 1만여건의 뉴스 중 기업들의 ESG 관련 뉴스를 수집·분석해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각 부문별 리스크 점수와 이들을 통합한 ESG 리스크 점수를 산출한다.



리스크 점수는 최고 5점으로 산출되고 △4점 이상은 '심각' △3점 이상은 '매우 높음' △2점 이상은 '높음' △1점 이상은 '보통' △1점 미만은 '낮음'으로 분류된다.

이와 별도로 지속가능발전소는 기업들이 자체 공시한 자료를 비롯해 정부·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기업 관련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ESG 성과점수를 산출한다. 성과점수와 리스크 점수를 더해 업종·기업간 비교를 위한 통계절차를 거쳐 통합점수를 만들어낸다.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들의 ESG 성과점수의 평균은 55.95점으로 코스피·코스닥 시총상위 500대 기업 전체 평균점수(44.36점)에 비해 크게 높았다. 그만큼 ESG 관련 정보 공시가 잘 되고 있는 데다 ESG 친화적 경영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 덕분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E 영역에서는 환경정책·방침, 자원효율성,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등 부분에 대한 대응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S 영역에서는 소비자 이슈, 동등한 기회 및 차별금지, 인권 및 지역사회 이슈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노사대화와 협력, 근무조건 등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G 영역에서는 이사회, 주주권리, 위원회 등 시스템이 잘 갖춰진 점이 높게 평가됐다.

NAVER는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이사회, 위원회 등에서 산업 내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계약직 비율, 여성직원 비율, 사외이사 비율, 여성임원 비율 등 지표에서도 업계 평균을 웃도는 양호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됐다. LG화학도 환경정책 및 방침, 동등한 기회 및 차별금지, 여직원 비율 등 지표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 ESG 성과점수 기준으로 조사대상 500개 기업 중 20위권(상위 4%)에 이름을 올린 KB금융, LG생활건강, 현대모비스, 기아(옛 기아차), 삼성물산, SK 등도 ESG 경영 시스템이 잘 구비된 곳들로 평가됐다.

그러나 ESG 성과점수가 높다는 것이 곧 ESG 통합점수가 우수하다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리스크 점수가 높으면 그만큼 성과점수가 더 큰 폭으로 할인돼 통합점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시총상위 20대 기업 중 통합점수 기준으로 상위 20개 기업에 이름을 올린 곳은 LG생활건강, KB금융, 현대모비스 등 3개에 불과하다.

ESG 리스크 요인은 기업·산업별로 제각각이었다.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중 일부가 높게 평가되더라도 나머지 영역에서의 점수가 형편없게 나오면 ESG 통합점수도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E 관련 리스크 점수는 0점이었으나 S와 G 관련 리스크 점수가 각각 3.6점(매우 높음), 4.7점(심각)으로 높았다. 삼성 승계 과정에서의 잡음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과거 삼성 노조와해 사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삼성전자의 ESG 리스크 점수도 4.3점으로 '심각' 수준으로 평가됐다. 삼성물산 역시 E 리스크는 1.3점으로 '보통' 평가를 받았음에도 S, G 리스크는 3.2점(매우 높음) 4.4점(심각) 평가를 받은 탓에 ESG 리스크 점수가 4.7점으로 확 뛰었다.

LG화학은 삼성전자와 달리 G 부문의 리스크 점수는 0.9점으로 '낮음' 평가를 받았지만 E, S 부문의 리스크 점수가 각각 2.4점(높음) 3.5점(매우 높음) 평가를 받으며 ESG 리스크 점수도 3.9점 평가를 받았다.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기술침해 분쟁, 현대차와의 전기차 화재 사고 리콜비용 분담 등 이슈가 불거진 탓이다.

POSCO는 ESG 리스크 점수가 4.9점(심각)으로 조사대상 500개 기업 중 가장 높았다. POSCO는 E, G 부문의 리스크 점수도 2.1점(높음) 3.3점(매우 높음)으로 상당히 높았지만 S 리스크 점수가 4.4점(심각)로 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최근 환경·안전 사고 발생에 따른 논란이 컸던 데다 계열사의 미얀마 현지 영업과정에서 올들어 학살 논란이 일고 있는 군부와 협력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점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물론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반열에 오른 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기업들이 높은 성과점수를 받은 것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ESG 성과점수는 각각 158위, 229위, 304위에 그쳤다.

이 중 카카오는 성과점수 자체도 44.57점으로 낮았지만 리스크 점수도 3.2점으로 높았던 탓에 ESG 통합점수는 46.12점에 그쳤다. 조사대상 500대 기업 중 422위에 그치는 수준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과점수가 47.99점으로 다른 섹터 기업들에 비해 낮아보이지만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데다 ESG 리스크 점수가 1.7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통합점수 순위는 29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ESG 리스크 점수는 0.0점으로 낮았지만 이는 계열사 셀트리온에 관련 리스크 이슈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ESG 통합점수 순위가 낮은 것은 성과점수 자체가 41.33점으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즉 성과점수가 높더라도 리스크가 많으면 통합점수가 깎인다는 점과 함께 성과점수 자체가 낮으면 리스크가 아무리 적다더라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음이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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