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출시 10여년 만에 명실상부한 대기업 그룹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시가총액은 액면분할을 위해 거래가 정지된 지난 12일 기준 49조5291억원에 달한다. 성장 배경에는 "100인의 최고경영자를 양성하겠다"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경영 철학이 깔렸다. 작지만 가능성 있는 기업을 인수해 카카오와 함께 성장해간다는 구상이다.
골프와 영어교육 사업 등 기존 카카오의 강점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분야에도 손을 뻗쳤다. 월간 활성 이용자만 45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확장은 수월하게 할 수 있겠지만, 서비스 혁신 측면에서는 '카카오스러움'을 보여주는지는 의문이다. 카카오의 신사업이 대체로 국내 사업에 치중돼 있다는 점에서 뒷말도 나온다.
몸집 부풀리기에 열중했던 과거 재벌들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콜게이트와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보이는 ARS' 기능을 넣기 위해 관련 특허를 가진 콜게이트와 협의만 진행하고 사업에서는 배제하려다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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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바일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비대면 열풍속에서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의 영향력과 막대한 자금력을 결합해 마치 세포분열 하듯 세를 키우고 있다"면서 "인재를 빨아들이고 공격적으로 인수합병과 신사업에 나서는데 경쟁하거나 잠재적 경쟁사들은 카카오의 포식성에대한 경계심과 공포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만의 혁신성이 엿보이는 사업모델도 있지만 최근 자회사들의 행보는 카카오가 강조해온 비전이나 사회적 가치보다는 덩치부터 키우려는 듯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새 서비스 100일만에 1000만명 '플랫폼 파워'…네이버는 계열사 줄이고 해외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사진=머니투데이DB
특히 모빌리티 분야의 포식성에 대해서는 주변의 우려가 크다. 내년 상장에 나서는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사업'과 '중개사업'을 동시에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중고차, 퀵 서비스, 차량정비시장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고차의 경우 대기업의 진입 제한된 시장이지만 직영중고차 기업인 K Car(케이카)와의 파트너십으로 우회 돌파해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도 "지금도 퀵 기사들은 밥 벌어먹기힘든데 대기업이 들어와서 단가를 더 낮추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카카오가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출하지 못할 분야는 없는 셈이다. 인증서, 신분증 등을 보관·관리하는 카카오톡 지갑은 출시 100일 만에 이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유사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구상한 스타트업과는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카카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강제성이 있어서 시장에 안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와서는 돈을 안 낼 수도 없는 독점의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도 아마존처럼 큰 기업이 나와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소비자 보호나 중소사업자와의 상생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