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의료 로봇을 수술 로봇, 수술 시뮬레이터, 재활 로봇, 기타 의료로봇으로 분류한다. 이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수술 로봇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이미지 처리, VR(가상현실) 기술과 융합돼 최고의 부가가치를 이끌 분야로 꼽힌다. 작년 뇌수술 로봇을 개발한 고영테크놀로지의 고광일 대표는 “미래 의료현장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VR, 로봇이 결합한 통합의료체계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은 오는 2025년 전 세계 수술용 로봇 시장이 126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타트업·벤처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수술용 로봇 업체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도 증가 추세다. 복부에 최소 침습 수술을 할 수 있는 AI 기반 소형 수술 로봇 ‘미라(MIRA)’를 개발한 ‘버추얼 인시전’은 최근 진행된 시리즈B플러스 펀딩 라운드에서 2000만 달러(약 224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韓 2002년부터 본격 개발…올해 해외수출 본격화 대한의료로봇학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선 1990년대 후반 카이스트(KAIST)에서 개발한 정형외과 인공관절 수술보조로봇, 마이크로 원격수술로봇 등이 시초로 보이며, 2003년 복지부 지원으로 차세대 수술로봇 연구개발센터가 설립된 뒤 한양대, 국립암센터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술로봇 개발이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R&D(연구·개발) 과제로 복강경 수술로봇(2010년, 미래컴퍼니) 뇌수술 로봇(2011년, 고영테크놀로지) 정형외과 수술로봇(2012년, 큐렉소) 등도 추진됐고, 식약처 인증 취득 및 제조허가가 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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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문업체의 활약도 돋보인다. 국내 의료용 로봇 기업 '큐렉소'는 미국·유럽 등에서 의료용 로봇 인증을 획득하고 올해 본격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의 수술용 로봇 ‘큐비스-조인트’는 인공관절 수술 시 뼈를 자동으로 자른다. ‘큐비스-스파인’은 척추경 나사못을 계획한 위치로 안내하고 지지해준다. 국내 병원 중 연세대 세브란스 등 13곳에서 이 회사 의료용 로봇을 도입해 쓰고 있다.
韓 주도권 쥐려면…임상 인허가, 수가체계 현실화해야 우리나라가 의료 로봇 분야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난 14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의료 로봇'을 주제로 개최한 제132회 수요포럼에서 고광일 대표는 “핵심특허 획득, 개발 기간 단축, 의료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임상 인허가, 수가체계의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동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수술 로봇은 침습의 최소화, 좁고 굴곡진 수술부위를 위한 유연내시경 활용 등 기존 기술의 난관을 극복하는 독창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광학·영상 기술, 수술 결과 예측·평가 기술 등의 복합적 활용으로 수술 로봇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현 큐렉소 부사장은 “의료 로봇의 사업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대상의 임상 전문가 교육 확대, 임상현장 기반의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현장 내 로봇 활용에 대한 행위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